[오늘의 설교]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는 용기

입력 2023-04-11 03:06

출애굽기 32장에는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백성들이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요구합니다. 거기에 아론이 응하여 금고리를 가져오게 하여 그것으로 금송아지를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진노하여 그들을 진멸하시겠다고 하시는데 모세의 중보기도로 하나님이 뜻을 돌이키사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시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나누고 싶은 것은 그다음에 벌어진 일입니다. 모세는 당연하게 이 백성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였기에 당신이 그들을 큰 죄에 빠지게 했냐고 아론에게 묻습니다. 아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백성이 얼마나 악한지 당신도 알지 않느냐며 백성들의 악함을 탓합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24절에 “내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금이 있는 자는 빼내라 한 즉 그들이 그것을 내게로 가져왔기로 내가 불에 던졌더니 이 송아지가 나왔나이다.”

금을 불에 던졌는데 송아지가 되어 나왔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4절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를 보면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든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말씀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아론이 이렇게 말했을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성경에서 거짓을 말하진 않았을 텐데 너무 어이없는 변명이기에 웃음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댈 수 있을까. 그런데 돌아보면 바로 그 모습이 내 모습이고 바로 우리들의 일상적인 모습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내 잘못이 명백한데도 늘 변명하고 핑계를 대서 그 위기의 순간을 넘어가고픈 내 모습…. 내가 잘못했다고 바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지요.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훈계를 하시면서 꼭 빼놓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너, 뭘 잘못했는지 알지.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 왜 이렇게 하시는 걸까요.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깨닫고 그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인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인정하고 시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데, 왜 커갈수록 지도자의 위치에 있을수록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는 걸까요.

다윗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다윗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해 임신까지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덮기 위해 계획을 세워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 했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은 진노하셨고, 선지자 나단을 통해 그 죄를 지적하셨습니다. 당시 다윗은 왕이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선지자 한 명 죽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며, 침상을 적시는 회개를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엄청난 죄였지만 용서를 받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된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하고 잘못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할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과 그런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잘못했을 때 바로 인정하고 시인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 오늘은 그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간절히 원합니다.

백낙천 목사(좋은교회)

◇좋은교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 있습니다. 소속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입니다. 좋은교회는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은교회, 이웃이 인정하는 좋은교회, 성도가 만족하는 좋은교회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