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그 자체보다 ‘공동체의 교회됨’을 가슴에 새기고 난 뒤 내 시야는 180도 바뀌었다. 공간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심방하려고 종종 찾아뵀던 한 집사님의 사무실이었다. 넓은 주차공간, 합격! 오피스 건물이니 퇴근 후 사용 가능, 합격! 주일에도 주변 피해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인근에 공원까지 활용 가능, 할렐루야!
하지만 공간을 빌려 달라는 말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절하면 어쩌지?’ 수만 번 망설여졌다. 열흘 만에 용기를 내어 집사님을 찾아갔다. 하필 제조업체 사무실은 가장 바쁠 시기였고 일이 많아 새로운 장비가 사무실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무실은 복잡했고 내 마음은 더 복잡했다. “집사님, 제가 개척 준비하고 있는 거 아시죠? 혹시 이곳에서 예배를 드려도 괜찮을까요?” 집사님의 표정, 그날의 날씨, ‘괜히 말을 꺼냈나?’ 싶은 마음으로 흔들리는 동공까지 기억에 또렷하다.
어질어질한 내 상태와는 달리 집사님은 여유롭게 말씀하셨다. “들어오시자마자 목사님 표정으로 다 알았어요.” 합격이었다. 장비가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척을 준비해도 괜찮다는 하나님의 사인 같았다.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쌀가마니를 내려놓은 듯했다. 걸음은 한껏 가벼워졌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걸음이 멈춰지고 말았다. “Y목사! 개척을 준비한다고요? 이 지역에서요? 안 됩니다!”(※전체 내용은 더미션 홈페이지(themission.co.kr)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