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가자~’ 불타는 코스닥, 올해 전세계 상승률 1위

입력 2023-04-10 00:02
새해 들어 코스닥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오를 땐 덜 오르고 빠질 땐 더 빠지는’ 움직임에 개인 투자자의 원성을 들었던 이전까지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다. 금리인상 기조가 둔화되면서 2차전지와 로봇, 바이오 등 성장주가 주목받고 있고 행동주의 펀드 관련주의 열풍으로 강력한 수급이 유입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짧은 기간 개인 투자자 매수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른 데다, 최근 코스닥 기업들의 공매도 잔고가 늘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개인이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규모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과열을 알리는 각종 지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집 나간 개미가 돌아왔다

29.56%. 9일 기준 올해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다. 이제 막 1분기를 막 넘었을 뿐인데 30% 가까이 올랐다. 전 세계 증시를 통틀어 1위다. 테슬라와 애플, 알파벳(구글) 등이 속한 전 세계 1등 성장주가 모인 나스닥(16.38%)은 물론 연 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아르헨티나 메르발지수(25.1%)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코스닥은 지난 7일 880.07로 마감, 900선을 넘보고 있다.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올들어 코스닥 거래대금은 662조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2조원보다 약 20% 가까이 올랐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 거래대금은 280조원을 돌파, 1년 전보다 50% 넘게 늘었다. 지난해 10~12월 매달 100조원 초반대를 보이던 코스닥 거래대금이 투자자금 유입으로 올들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서학 개미가 코스닥 시장으로 돌아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8억990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1억554만달러)의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급등주 코스닥서 다 나왔다

올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이슈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대부분 나왔다. 2차전지 관련주 급등이 코스닥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426.36% 오른 에코프로와 그 자회사(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엘앤에프 4곳이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13.01%나 된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꺾이면서 성장주가 주목받고 있다”며 “과거 바이오가 했던 역할을 2차전지가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관련 종목도 투자자들을 코스닥 시장으로 모았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이끌어낸 SM엔터테인먼트, KCGI와 MBK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 등의 매입으로 이제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등 행동주의 펀드 관련주들은 대부분 코스닥 종목들이었다. 특히 SM엔터의 경우 평소 수백억 원 수준이었던 거래대금이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월 10일에는 하루에만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닥 상승세를 유동성 측면에서 바라본 분석도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적 통화정책 강도 약화 기대감이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진 코스닥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빚투·공매도 급증, 과열 시그널 나왔다


다만 개인 투자자 투자의 힘으로 지수가 올랐다는 점은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개인 투자자는 올해부터 이달 7일까지 총 4조1082억원어치 코스닥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은 2조7993억원, 외국인은 3786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이 사면,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였던 셈이다. 개인 순매수 1,2위 종목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었다. 과열된 2차전지주가 하락할 경우 개인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염 이사는 “2차전지가 반도체 다음으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산업으로 각광받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개인 투자금이 2차전지 관련주에만 쏠려있는 건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영원히 오르기만 할 것 같았던 테슬라 사례를 본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 과열 국면에서 포착되는 ‘빚투’ 관련 수치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닥 신용융자금액은 약 9조8000억원이었다. 코스피보다 약 6000억원이 많다. 연초 이후로도 30%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빚을 낸 만큼 레버리지 효과가 있어 시장이 하락하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 상승 과열 우려를 실제 투자 아이디어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코스닥 종목 중 공매도 잔고가 4%가 넘는 종목은 18개로 집계됐다. 코스피(8개)의 배가 넘는다.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에는 박셀바이오와 HLB생명과학 등 개인들이 선호하는 바이오 종목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개인투자자도 있다. 코스닥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코스닥 관련 ETF중 가장 거래가 많았던 ETF는 ‘코덱스 코스닥150선물인버스’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닥150 종목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다만 투자 성적은 좋지 않다. 코스닥 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연초 대비 수익률은 -27.49%로 집계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2차전지 등 일부 테마주가 과도하게 오른 경향이 있다”며 “한 번 정도 쉬어가는 흐름도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