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사건의 중간 제조책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배후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마약 음료를 학생에게 직접 전달한 이들을 체포하며 시작한 수사가 중국에 체류 중인 윗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마약 음료’를 서울에 있는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중간책 길모씨와 학부모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휴대전화 발신 번호를 변조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들은 앞서 지난 7일 검거됐다.
길씨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 3일 인천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전달받은 뒤, 자신의 주거지인 원주로 이동해 마약 음료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길씨는 제조한 마약 음료를 퀵서비스 등을 통해 서울에 있는 시음행사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길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 A씨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중국에 체류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길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 A씨는 마약 음료를 담는 데 쓰인 병과 학생의 구매를 유도하는 가짜 설문지 등을 택배를 통해 전달했다.
A씨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윗선을 포함한 배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 발신 번호를 변조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보이스피싱 변조 중개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을 이용한 유사 보이스피싱 범죄로 본다. 길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공범 A씨 외에 더 윗선,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엄단을 지시하면서 검경도 마약범죄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검찰은 10일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개최한다. 협의회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경찰청 국가 수사본부 형사국장, 관세청 조사국장,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