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 원전인 고리 2호기가 운영허가 만료로 40년 만에 발전을 중단했다. 탈원전 기조를 내세운 문재인정부 당시 계속운영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을 목표로 고리 2호기 재가동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 2호기는 지난 8일 오후 10시 원자로 가동을 중지했다. 설계 수명이 40년으로 정해진 고리 2호기의 운영허가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1983년 2월 핵연료를 장전한 고리 2호기는 그해 4월 9일 핵분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인 임계(臨界)에 도달했고, 7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원전 수명은 임계 날짜부터 계산한다.
수명을 다한 원전을 더 운영하려면 한수원이 운영허가 만료 2~5년 전 심의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해당 원전에 대한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이 이뤄지고, 문제가 없을 경우 운영 기간이 연장된다. 이른바 ‘계속운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기한 내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지 못했고 결국 고리 2호기는 발전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한수원은 지난달 30일 원안위에 고리 2호기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며 재가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 절차에 보통 3~4년이 소요되지만 한수원은 재가동 시점을 2025년 6월로 최대한 앞당겨 잡았다.
고리 2호기가 일단 멈춰서면서 에너지 발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리 2호기는 지난 40년간 19만5560GWh(기가와트시) 가량의 전력을 생산했다. 330만여명의 부산시민이 약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 여러 발전원 가운데 원전의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하다. 원전의 지난해 전력거래소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52.5원을 기록해 액화천연가스(239.3원)나 태양광(191.5원)에 비해 낮았다.
주요 원전의 수명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원자력 업계에선 고리 2호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리 3호기는 내년 9월, 고리 4호기는 2025년 8월 수명이 만료된다. 한빛·월성·한울 원전도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운영허가 기간이 끝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사업자의 원전 운영변경 허가 신청 가능 기한을 더 늘리고, 정치 논리가 에너지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