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 모두가 주식시장을 떠날 때였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당시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진 은행 섹터에 투자한다. 그는 탁월한 경영진이 이끌고 있다고 판단한 주택은행에 투자해 3배의 수익률을 맛본다. 지금은 3조3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의 첫 가치투자 성공 사례다.
VIP운용은 사모펀드 시장에서 가치투자로 이름을 날렸다. 2016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국내주식 위탁 운용사로 VIP운용을 선정하기도 했다. 2020년 3월에 설정된 VIP 운용의 딥밸류 펀드의 현재 수익률은 290%가 넘는다.
사모펀드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번 김 대표는 최근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려 개인투자자의 외면을 받고있는 공모펀드를 출시한 이유는 뭘까.
지난 7일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그동안 운용한 사모펀드 상품의 최소가입 금액이 커 항상 마음의 빚이 있었다”며 “20년 전 저희가(VIP운용은 2003년 당시 대학생이던 최준철 대표와 함께 설립했다) 가치투자를 입증하려 할 때 공감하고 지지해주셨던 소액 투자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2월 출시된 1호 공모 펀드 ‘VIP 더 퍼스트(The First)’는 출시 당일인 지난 2월13일 수십 분 만에 300억원이 ‘완판’됐다. 이 펀드는 손실이 발생해도 10% 한도까지는 투자자가 손실을 보지 않는다. VIP운용 자기자본이 먼저 손실을 보는 구조다.
지난 3일 출시된 2호펀드 ‘VIP한국형가치투자’도 반응이 좋다. 출시 닷새 만에 211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 펀드는 손실이 나면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다. 기본운용보수는 연 0.8%다. 대신 수익률이 높아지면 운용보수는 1.6%까지 높아질 수 있다. 김 대표는 “투자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성과연동형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퇴직연금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VIP운용의 철학이 퇴직연금 등의 장기 자금 성격에 가장 잘 맞닿아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개미들에게 다른 이의 수익을 부러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급등하는 테마주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자신의 투자 철학이 흔들리게 된다”며 “테마주를 따라가기 보다는 3월말 배당정책이 결정된 고배당주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