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진정한 수혜자는 한국 태양광 업계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계는 미국 정책의 혜택을 입은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지배력’을 뒤흔들지 주목한다.
9일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IRA의 긍정적 효과는 배터리보다 태양광에서 더 높다. 절대적 혜택 규모로 따지면 배터리 업계가 더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세액공제 수령액은 41조4650억(미래가치 기준)으로 한화솔루션(7조7530억)보다 크다. 하지만 기업 규모를 고려해 혜택의 상대적 크기를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화솔루션의 시가총액 대비 예상 세액공제액 비중은 97.4%로 LG에너지솔루션(32.9%)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태양광 기업은 세제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를 배터리 기업보다 적게 받는다. 미국 태양광 산업은 약 66%를 수입에 의존한다. 태양광 제품 판매가격을 수입 가격에 연동하는 구조다. 한화솔루션에서 주력하는 가정용 태양광 제품의 주력 소비자는 개인이다. 반면 배터리 기업의 주요 고객은 완성차 업체다.
또한 한국 태양광 기업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다른 기업과 나누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 생산설비를 투자한 한화솔루션과 OCI 모두 단독으로 공장을 건설했다. 각각 7.8조원, 0.7조원에 이르는 세액공제 혜택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반면 배터리 기업들은 주로 합작 형태로 북미 지역에 투자했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 혼다, 스텔란티스, 포드, 현대자동차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공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에너지 안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비(非)중국산’ 수요는 확대할 전망이다. 한국 태양광 기업이 폴리실리콘, 웨이퍼, 모듈, 셀에 이르는 공급망을 북미 지역에서 완성한다면 사업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