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안면 마비, 남성·고령·고혈압·당뇨환자 요주의

입력 2023-04-11 04:07

안면 마비는 얼굴 근육 일부가 일시적으로 굳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얼굴이 비대칭적으로 보이고 입을 벌리거나 닫음, 눈 깜빡임, 이마를 주름 지우는 것 등의 일상적 표정이 어려워진다. 가장 흔한 유형이 ‘벨 마비’로 불리는 특발성 안면 마비다. 이는 안면 신경절에 잠복 감염돼 있던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거나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벨 마비는 신속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남성과 고령, 고혈압·당뇨 환자에서 이런 벨 마비 위험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국제 학술지(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준희 교수는 2006~2015년 매년 약 100만명의 표본 코호트(동일 집단)를 활용해 벨 마비 발생의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은 여성의 1.169배, 60~69세 그룹은 29세 이하군에 비해 2.801배, 고혈압 그룹은 없는 군에 비해 1.362배, 당뇨병 그룹은 당뇨가 없는 군에 비해 1.579배 벨 마비 위험이 유의하게 높게 나왔다.

얼굴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은 제7뇌신경으로 귀 내부를 지나간다. 뇌졸중 등 중추성 원인으로도 안면 마비가 올 수 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 마비는 10만명 당 20~30명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 있다.

정 교수는 10일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남성, 고령, 고혈압·당뇨병이 위험인자로 확인된 만큼 해당하는 사람은 안면 마비 발병 위험성에 대해 미리 알아두고 발생 시 빨리 이비인후과나 신경과를 방문해 신속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정 교수는 “표정이나 움직임은 감정 표현, 대인 관계 및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안면 마비가 환자에게 신체·정신·사회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