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546만명 ‘등 통증’ 병원 찾아
대개 유연성·근력 저하 등 노화 탓
등쪽에 가까운 콩팥·췌장처럼
내장 문제로 인한 ‘연관통’일 수도
협심증·기흉도 등 통증 일으켜
대개 유연성·근력 저하 등 노화 탓
등쪽에 가까운 콩팥·췌장처럼
내장 문제로 인한 ‘연관통’일 수도
협심증·기흉도 등 통증 일으켜
등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등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는 546만여명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1명꼴이다. 60대가 20.4%로 가장 많았고 50대(19.1%) 40대(15.4%) 70대(13.5%) 30대(12.3%) 순이었다. 등 통증은 목뼈와 허리뼈 사이의 12개 등뼈 부위에 생기는 통증이 해당한다. 통상 허리 통증을 포함하기도 한다. 척추뼈와 관절 인대 근육 근막 신경 등 여러 근골격계 구조물의 문제로 생긴다. 대표적으로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 위아래 척추뼈 사이 관절·근육에 통증이 야기되는 압박골절이 있다.
국민 10%가 ‘등 통증’ 경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이장우 교수는 10일 “근골격계 원인이 다수이지만 내장기관의 문제로 인한 ‘연관통’일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실제 소화기내과 등 다른 진료과에 가야 할 환자들이 재활의학과로 온다든지, 이곳으로 와야 할 환자들이 내과로 가서 재차 의뢰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등 통증의 양상도 다른 근골격계와 마찬가지로 찌르는 듯함, 저림, 쑤심, 뻐근함 등으로 다양하다. 단, 목이나 허리에 비해 등에 통증이 발생하면 혼란스러워하거나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거나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더 많다.
대부분 등 통증은 몸의 퇴행성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외상을 비롯해 유연성 부족, 근력 저하, 잘못된 자세, 반복적인 부하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0대 이상에서 등 통증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척추뼈는 적절한 배열과 커브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면에서는 좌우 치우침 없이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옆에서 보았을 때 목뼈에서 전만(앞으로 휨), 등뼈에서 후만(뒤로 휨), 허리뼈에서 전만이 적절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척추뼈의 배열이 적절해야 기립 자세에서 받는 중력에 의한 부하가 특정 구조물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고 고루 분배된다. 이런 배열이 흐트러지고 특정 부위에 반복적으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 따라서 과도하게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이는 동작,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유지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근력 운동, 특히 코어근육의 유지가 중요하다.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은 근골격계가 아닌 내장기관의 문제가 등 통증으로 발현되는 경우다. 실제로는 내장기관의 질환이지만 특정 피부 부위에 통증을 일으키는 이른바 ‘연관통’의 신호를 의사나 환자 모두 놓칠 수 있어서다. 이는 내장기관에 분포한 신경과 피부 분절의 신경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통 근골격계에 의한 통증은 동작이나 자세에 따라 심해지거나 호전되기도 하고 문제 있는 부위를 누르면 아픈 ‘압통’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내장기관의 연관통과 구분된다. 통증 양상도 조금 다른 만큼 감별에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콩팥·췌장질환도 등 통증 불러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의해서도 등 통증이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보통은 가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지만 심장이 있는 왼쪽 등에도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운동이나 활동을 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지고 쉬면 나아지는 특성이 있으며 고혈압이 있는 중년 남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20·30대가 등의 통증을 호소할 경우엔 기흉 같은 폐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도윤 교수는 “특히 등 위쪽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느껴진다면 ‘대동맥박리증’일 수 있다”면서 “대동맥이 파열되는 응급상황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즉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콩팥결석이나 신우신염(콩팥의 염증)도 등 통증을 초래한다. 콩팥이 등 쪽에 붙어있기 때문.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는 “신우신염의 경우 통증이 지속적이고 12번째 등뼈에서 갈비뼈가 갈라지는 ‘늑골 척추각’ 부위가 특히 아프다. 반면 콩팥결석은 아팠다 안 아팠다 간헐적 통증이 특징”이라고 했다. 방광암이나 요관암으로 요로가 막힐 때도 등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일선 의료계에 따르면 등이 아플 경우 췌장암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췌장 역시 복강 안 뒤쪽, 즉 척추에 근접한 위치에 있어 이곳에 종양이나 염증이 생기면 등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췌장암에 의한 등 통증은 드물고 급성 혹은 만성 췌장염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서동완 교수는 “췌장암이 가장 잘 전이되는 곳은 간이다. 물론 뼈로도 전이되지만, 췌장암 때문에 등에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암이 점점 커져서 척추 신경총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췌장암에 의한 것은 등에 욱신욱신한 통증이 계속되며 급·만성췌장염의 경우는 찌르듯이 아프다가 은근해지다 다시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암으로 인한 뼈 전이가 가장 흔한 부위가 척추다.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콩팥암 등이 특히 뼈로 잘 퍼진다. 암으로 인해 등뼈가 약해지면 압박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50세 이상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감소가 있으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해도 호전이 없는 1개월 이상 지속하는 등 통증이 있다면 암 검진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내부장기로 인한 통증의 경우 병력 청취나 신체검사만으로 질환을 감별하기는 어려워 CT나 초음파검사를 통한 정밀진단, 해당 전문의 진료 의뢰가 필요하다.
이 밖에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전형적으로 등에서부터 앞가슴까지 띠 모양을 따라 뻗친다. 특히 수포성(물집)피부발진은 먼저 통증이 있고 나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또 면역체계 문제로 외부 물질이 아닌 자신의 신체 구성 요소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주요 공격 대상이 관절 인대 뼈 같은 근골격계이기 때문에 통증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류머티즘성관절염, 루프스, 강직성척추염 등이다.
이장우 교수는 “이들 질환에서 등 통증은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발생하며 밤이나 아침에 심하다가 낮에 활동할 때는 잦아드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척추 부위 외에 다른 말초 관절에도 통증이 있거나 피부발진이 동반된다면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