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놓고 재판에 3차례 불출석해 패소한 권경애(사진) 변호사에 대해 유족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9000만원을 갚겠다”는 한 줄짜리 각서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리인인 양승철 변호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려 한다”며 “다만 권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당장 배상할 여력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유족을 만나 “책임지겠다. 내후년 연말까지 9000만원을 갚겠다”는 각서를 쓴 뒤 잠적했던 권 변호사는 이날 유족에게 전화해 “죄송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공개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피해자 박모양 모친 이모씨는 국민일보에 “각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돈 때문이 아니다”며 “8년간 가해 학생들을 반성시키지 않은 부모들, 우리 아이 고통을 방관한 학교와 교육청에 책임을 물으려 시작한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박양은 2012년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없이 전학을 권했고, 박양은 인천으로 전학갔다. 이어 박양은 2015년 강남구의 한 여고로 진학했는데 그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가해자들 부모와 시교육청,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중학교 시절 학폭 사실과 학교의 부실 대응은 인정했지만 2015년 극단적 선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에 응하지 않아 자백한 것으로 간주된 가해 학생 부모에게만 5억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유족은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패소한 가해자 부모는 유족을 상대로 각각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었으나 권 변호사가 내리 3번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항소 취하됐다. 일부 승소 부분도 뒤집히면서 지난해 11월 유족은 최종 패소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10일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직권으로 개시할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권 변호사에게 형사상 배임죄를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변호사는 “배임죄를 물으려면 재판을 망치려 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되거나 권 변호사가 패소로 얻은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나성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