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주차장에 파란색 컨테이너들이 놓였다. 지난해 10월 29일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과 저절로 ‘오버랩’됐다. 당시 세계음식의 거리와 T자형 삼거리 골목 세 방향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인파 역할을 맡은 경찰들은 이동 방향에 따라 각각 노란색, 빨간색, 흰색 조끼를 입고 움직였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한 인파 관리로 거센 비판을 받은 경찰이 시범훈련을 통해 군중 관리 개선책을 공개했다. 경찰 약 800명이 동원된 시범훈련에서는 단계별 군중 밀집 상황이 재현됐다. 인파관리차, 스카이워치(고공 관측 장비) 등 새롭게 도입한 장비 16개도 소개했다.
경찰은 시범훈련에 앞서 1㎡의 공간에 몇 명이 들어갔을 때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군중유체화’(자의와 상관없이 인파에 떠밀리는 것) 현상이 발생하는지부터 재현했다. 중간 크기 박스에 4명이 들어간 상태에서 2명씩 차례로 들어가다 10명이 되자 박스 안 사람들은 중심을 잃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최대 군중 밀집도는 ㎡당 12.09명이었다.
인기 연예인 출현 등으로 군중이 갑자기 몰리는 돌발적 상황을 가정했다. 일반 순찰차부터 중형 순찰차, 방송 공간과 조명이 차량 위 지붕에 마련돼 있는 인파관리차 등이 등장했다. 고공에서 현장을 파악할 수 있는 ‘스카이워치’도 컨테이너 박스 뒤쪽 상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 지휘관 역할을 맡은 경찰은 ‘폴리스라인으로 각 골목길 입구를 차단하라’, ‘차도에 있는 군중을 건너편 인도로 안내하라’ 등의 지시를 내려 상황을 정리했다. 인파 가운데 갇힌 사람을 빼내기 위한 특공대도 동원됐다. 보호줄을 맨 채 컨테이너 벽면을 타고 내려와 사람을 끌어 올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의식을 잃은 연기를 하는 사람을 그물망과 완강기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경찰은 시범훈련과 함께 지역자치단체장에 재난선포 권한 부여 등 제도 개선책도 밝혔다. 또 예산 확보를 통해 현장 대응에 필요한 인파관리차 등 장비 도입 확대도 약속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