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권경애(사진)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다 재판에 연이어 불출석해 패소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일 “사안이 엄중하다”며 권 변호사 징계 혐의 조사 준비에 들어갔다. 유족이 소송비 1300만원까지 물어낼 상황에 처하자 피고 측인 서울시교육청은 소송비 회수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변호사는 고(故) 박모양의 모친 이모씨가 가해자 부모와 시교육청, 학교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 세 차례 내리 불출석했다. 이 탓에 1심에서 나온 이씨의 일부 승소 판결이 2심에서 패소로 뒤집혔다.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다른 피고 19명에 대해선 항소 취하로 간주돼 1심 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파장이 일자 변협은 “유족에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소송비 1300만원을 법원에 청구했던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소송심의회를 소집해 소송비 회수 포기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족 등에 따르면 박양은 2012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단따돌림 등 학교폭력을 당했고 고교 재학 중이던 2015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그 이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사망과 괴롭힘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무변론으로 일관한 가해 학생 부모 1명에 대해서만 자백으로 간주해 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씨와 1심에서 유일하게 패소한 학부모 모두 항소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이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더 큰 문제는 권 변호사가 이런 사실을 4개월여가 지난 지난달에서야 전달하면서, 이씨는 상고해 대법원에서 다시 다퉈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7년여의 소송전은 물거품이 됐고, 오히려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물어줄 처지가 된 것이다.
상황도 모른 채 패소가 확정된 이씨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자신의 SNS에 “변호사가 허구한 날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