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2년 처음 ETF 시장이 열렸을 때 3444억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총액은 2012년 10조원을 넘겼고, 올 상반기 내 ‘100조원’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2007년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팀을 시작으로 ETF 운용과 상품개발, 시장개척 등 ETF의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해본 전문가다. 지금 ETF 시장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공고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6일 “ETF는 한 마디로 ‘밀키트’ 같은 금융상품”이라며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잘 섞어서 하나의 상품으로 잘 포장해뒀다는 의미”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때문에 투자 실력, 연령대 등 조건에 관계 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감히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최근 ETF 시장 트렌드를 ‘채권’과 ‘연금’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리면서 채권류의 상품이 ETF 시장의 중요한 상품군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장기적립식 방식으로 꾸준히 매수하는 투자가 정착되는 등 연금의 주된 투자 대상으로서 ETF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시작된 월배당 ETF는 노후 생활비 관련 고민이 많은 퇴직 인구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본부장은 ETF 투자 전략을 짤 때 ‘연금성’과 ‘비연금성’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연금성 투자 자산은 장기간·적립식 등 꾸준함이 생명이지만, 비연금성 투자 자산은 개인의 생애 주기와 투자 성향 등을 고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금성 자산은 S&P500이나 나스닥100과 같은 대표시장지수를 장기 적립식 방식으로 가져가는 게 기본 전략 구성이다. 이 본부장은 “연금운용은 최대한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며 “다만 퇴직이 다가왔을 때 월 배당이나 소득에 좀 더 집중된 상품으로 옮기는 등 현금흐름(cashflow)를 만드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투자 초보는 무턱대고 주식형 자산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만기채권형 ETF처럼 일정 부분 안정된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를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종잣돈의 규모를 키우는 게 1차적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투자 규모가 커졌다면, 자산 배분의 원칙을 세우는 게 좋다. 이 본부장은 “아직 은퇴 시기가 많이 남았다면 주식 60에 채권 40, 얼마 안남았다면 주식 40에 채권 60의 비중을 가져가는게 합리적”이라며 이 안에서 최근 성장의 ‘메가트렌드’나 핵심성장테마 주식 비중을 적극적으로 가져갈 것을 조언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