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어쩌나… 소액생계비 대출 7월 소진 전망

입력 2023-04-06 04:06
한 시민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소액생계비(긴급생계비)대출 재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자 금융위원회가 고심에 빠졌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 반영을 요구할 방침이다. 지난해 예산안 편성·심사 과정에서 좌절된 예산이 내년에는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5일 금융위에 따르면, 하루에 약 6억~7억원이 대출금으로 나가는 현 추세를 감안했을 때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이 오는 7월쯤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출시 초반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올해 공급 규모는 1000억원이다.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부금 500억원으로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준비된 재원이 소진된 뒤에도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어가기 위한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추가 기부금을 받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이달 내에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금융위는 관련 예산 편성을 기획재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방침이다.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500억원씩 은행권의 추가 기부가 예정돼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은행 등의 기부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각 정부 부처는 오는 5월까지 예산요구서를 기재부에 제출하며,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 반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은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부터 담기지 않았다. 불법사금융 피해와 속칭 ‘내구제 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 이슈가 부상한 게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였기 때문이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기로 증액 의결됐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전액 삭감됐다.

기재부는 햇살론 등 유사 사업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관련 예산을 증액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저 신용자 한시 특례보증사업 등을 충분히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사업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기재부와 금융위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서민정책금융 사업은 금융위 산하 서민금융진흥원이 은행 등 사업수행기관에 재원을 대여하고, 자금을 대여받은 기관이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서금원은 취약차주의 보증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소액생계비대출은 서금원이 직접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이번에도 ‘건전재정’ 기조 하에서 각 부처의 신규 사업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