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창조의 신비에 속하며 주님은 고난 중에 함께하신다

입력 2023-04-07 03:04
게티이미지뱅크

욥기를 읽는 독자들은 억울하게 고통당한 욥의 항변과 울분을 마주하면서 유사한 고통이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의문이 드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가령 욥의 고난이 하나님과 사탄의 거래에서 비롯된 것인지, 욥의 세 친구 말을 하나님의 메시지로 여겨도 되는지, 욥기 후반부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생경한 답변 방식은 충분히 만족스러운지 등이다.

저자인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은 책에서 42장에 달하는 욥기서 모든 절을 주석하고 하나님 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안내한다. 저자는 우선 욥기는 까닭 없는 고난을 연속적으로 겪은 욥이 하나님께 하나님의 정의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고난의 원인을 찾지 못한 욥은 탄식과 자기 연민, 항변과 자기변호 사이를 오간다. 그러는 사이 하나님은 욥을 찾아오시며 엄청난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욥은 이를 통해 고난은 창조의 신비 속에 있는 것임을 깨닫고 하나님께 승복한다.

그런 점에서 욥기는 신학적으로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을 긍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첫째 이 세상에는 죄와 상관없이 모호하고 억울하고 부조리한 고난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둘째 그 부조리하고 억울한 고난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창조의 신비에 속한다. 욥의 친구들은 이 같은 고난의 신비를 몰랐다. 그래서 욥에게 회개만을 요구하며 비난했다.


저자는 “친구들의 주장은 적절한 전후 맥락 안에서 잘 배치되지 못한 채 발설된 위로가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위로, 우정을 파괴하는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며 “그들은 하나님의 신비에 눈뜨지 못한 채 자신들이 아는 것만을 절대화한 지적 완악함의 화신들”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세 친구의 그럴싸한 위로와 주장은 기독교인 신앙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욥기가 보여주는 궁극적 하나님 모습은 38~41장에 나타난다. 하나님은 고난의 원인을 직접 알려주기보다는 고난 중에 있는 욥과 함께하신다. 이는 예수님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인간 불행과 고난 앞에서 민망히 여기고 우셨다.

욥기 1~2장에서 하나님이 사탄의 제안을 허용하는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는 야고보서(1:13) 말씀을 전제로 하면서 “(하나님은) 피조물들의 언동에 영향받는 인격적이고 대화적인 하나님이 되기를 결단하셨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는 피조물을 사랑하고 통치하는 하나님이 감수하기로 작정하신 고난이기도 하다”며 “하나님 아들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하나님이 자발적으로 감수한 고난”이라고 덧붙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