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집중력 향상에 좋다며 마약이 든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먹인 뒤 학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40대 여성이 5일 경찰에 붙잡혔다. 공범인 40대 남성도 이날 자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몸통’이 존재한다고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40대 여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범인 40대 남성 B씨는 A씨가 체포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각각 강남구청역,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료가 개발됐다”며 시음 행사인 것처럼 속여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구매의향 확인을 빌미로 학부모 연락처를 건네받은 뒤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들은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인터넷 글을 보고 지원했다”며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역시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2명씩 2개 조로 나뉘어 음료를 나눠준 정황을 잡고 공범인 20대 여성 1명, 40대 남성 1명도 뒤쫓고 있다. 특히 배후 조직이 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전날 시음행사 중인 음료를 마신 고교생 자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5일 기준 모두 6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