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산부인과 분만실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이 사업에 47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운영비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산후조리원 등의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만 취약지는 차로 1시간 내 이용할 수 있는 분만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의미한다. 심각한 정도에 따라 A~C등급으로 나뉜다. 1시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 A등급 취약지로 분류된다. A등급 분만 취약지는 인천 옹진군, 경기 양평군, 강원 평창·정선·화천군 등 전국 30곳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분만 취약지 지원에 올해 투입되는 예산은 109억원이다. 분만 취약지 지원을 받는 산부인과는 연 5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운영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2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마취과 전문의 1명, 간호 인력 6명(간호사 50% 이상), 임상병리사 1명, 영양사 1명 등의 의료 인력을 갖춰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마취과 전문의는 다른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력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상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5억원이라는 운영비로 인력 기준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11년 정해진 지원 조건이 12년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만시설에만 초점을 둔 지원도 문제로 꼽힌다. 산후조리원 등 기반시설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산모의 81%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정도로 출산 후 산후조리원 이용은 보편적이지만 분만 취약지에는 산후조리원도 부족하다. 분만시설 확보 정책만으로 분만 취약지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국 475개 산후조리원 중 공공 산후조리원은 17개에 불과하다. A등급 분만 취약지 30곳 중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는 지역은 강원 화천군과 전남 완도군뿐이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산모들이 선호한다. 17개 공공 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가격은 일반실 170만원, 특실 175만원 수준이다. 반면 민간 공공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가격은 일반실 302만원, 특실 427만원이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늘리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인구 30만명 미만인 지자체에 대해선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의무화하고 정부가 공공 산후조리원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재정·행정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정하게 높은 수준의 안전한 환경에서 자녀를 출산해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