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준비·영상예배 자막… 세계 교회, AI 활용 고민

입력 2023-04-06 03:01
게티이미지뱅크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를 계기로 AI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전 세계 교회가 설교 준비부터 영상예배 자막 등 AI 활용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기독교매체인 CNE뉴스는 4일(현지시간) ‘AI의 영향력이 교회에서 커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회가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례로 든 스웨덴 스톡홀름의 필라델피아교회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예배를 영상 중계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설교를 볼 수 있도록 50개 이상 언어를 넣은 자막 방송을 만들었다. 자막은 설교자의 말을 들은 AI가 자동으로 생성했다. 교회 관계자는 “미국과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사람이 영상예배를 봤다. 파일럿 프로젝트지만 그 결과는 낙관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서울 평원교회 임채근 목사는 “성도 관리 등 교회행정과 방송운영, 찬양 인도와 연주까지 교회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목사는 ‘더 웨이(the way): 4차 산업혁명과 교회 방향’ 저자로 새로운 기술을 목회에 접목하는 고민을 해 왔다.

전 세계 목회자들은 AI 기술이 설교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도 공감했다. 독일 신학자인 라이너 바이로이터는 “챗GPT가 목사들의 설교나 템플릿 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어려운 주제에 도움이 된다. 가령 돌봄 목회를 고민하는 목회자에게 챗GPT는 가능한 많은 경험과 관점을 포함한 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4일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 발표한 ‘챗GPT에 대한 목회자의 인식과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국내 목회자 중 20%가 목회나 설교에 챗GPT를 활용했다. 주로 ‘설교 또는 강의 준비를 위한 자료 획득’(87%·중복응답) ‘설교문 작성’(29%) 등에 이용했다.

다만 AI 기술을 무한 신뢰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의 바덴복음주의 교회에서 디지털 윤리와 신학을 연구하는 게르노트 마이어 박사는 독일 기독교언론 IDEA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AI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디지털화’의 오류를 우려했다. 마이어 박사는 “하나님은 여러 형상을 갖고 계시는데 AI가 하나님의 형상을 표준화하기 위해 남성의 건강한 신체만 노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도 챗GPT가 종교적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나 철학적인 측면을 갖춘 설교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종교 지도자나 선생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없다고 봤다. 임 목사는 “AI를 넘어 향후 1초에 1억장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지식 평준화 시대가 된다. AI 도움을 받아 설교를 준비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뜻”이라며 “이를 활용하는 목회자들의 영성이 중요해진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