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1885년 제물포항(현 인천항)을 통해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138년 전 4월 5일, 부활절인 이날 호레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를 비롯해 헨리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 부부 등 세 명이 인천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한국의 개신교 역사는 막이 올랐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이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인천과 강화도의 개신교 성지 일대를 순례한 ‘한국교회 140년, 근대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국내 주요 일간지 종교담당 기자 13명도 19세기 말 파종된 복음의 흔적을 함께 밟았다.
근현대사 굴곡 품은 내리교회 138년사
순례의 출발지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이었다. 인천항 제8부두 옆에 1986년 세워진 17m 높이의 기념탑은 교회 종처럼 생겼다. 우뚝 솟은 탑은 이 땅을 처음 찾은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의 청동상을 품고 있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고 3년이 지난 뒤 기념탑 근처의 제물포항을 통해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하면서 본격적인 개신교 선교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면서 “이 기념탑을 통해 많은 이들이 방문해 복음의 시작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순례단은 우리나라 최초 감리교회인 내리교회(김흥규 목사)로 발길을 옮겼다. 1885년 7월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교회는 한국의 어머니 교회 중 한 곳으로 불린다. 교회는 개항 이후 우리나라의 복잡했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신홍식 목사가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뒤 1922년 이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5년 동안 사역하며 ‘인천내리교회역사’를 썼다. 1903년 하와이로 떠났던 102명의 첫 이민단 중 무려 50명이 이 교회 교인이기도 했다. 이들 중 홍승하 성도는 하와이에 미주 첫 한인교회인 호놀룰루연합감리교회를 설립했다. 이 교회 2대 담임인 존스 목사는 1892년 교회에 영화학당을 세워 당시에는 없던 여학생 교육을 했다. 1954년 헨델의 메시아를 초연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인천 최초 장로교회와 선교지 분할 정책
내리교회에서 나온 일행은 교회와 이어진 비탈길을 올라 고풍스러운 모습의 내동성공회성당(장기용 주교)에 도착했다.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인 찰스 존 코프 주교가 1890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 성당이다. 하지만 첫 성당은 6·25전쟁 중 폭격으로 소실됐다.
화강암을 쌓아 올려 중세풍으로 지은 현재의 예배당은 성공회 의료선교사들이 활동하던 성누가병원 자리에 1956년 신축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만 보면 서울 중구의 서울주교좌성당과도 비슷하다.
성누가병원 의료선교사들은 1904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러일전쟁 당시 부상 입은 러시아 병사들을 치료했다. 러시아 정부는 2004년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감사패를 내동성당에 보냈고 교인들은 이를 교회 벽에 붙였다. 이국적인 모습의 성당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영화 ‘수리남’에도 등장했다.
이날 순례단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인천 최초의 장로교회인 인천제일교회(손신철 목사)다. 장로교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1946년 설립된 교회는 사실 지역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감리교와 성공회 성당과 비교해 늦게 설립된 건 1909년 우리나라에서 사역하던 미국 남·북장로교, 남·북감리교, 영국성공회 등 6개 교단 선교사들이 맺은 ‘선교지 분할 정책’ 때문이었다. 젊은 선교사들이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선교하는 걸 피하기 위해 ‘지역과 교단’을 연결지어 서로의 선교지를 침범하지 말자는 약속이었다. 이에 따라 인천과 강화도는 감리교와 성공회의 선교지로 정해졌다.
하지만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그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소련군 아래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서북지역 장로교인들이 남쪽으로 대거 내려온 뒤 인천에 정착했고 이들을 위한 장로교회가 필요해진 것이었다. 인천제일교회가 인천에 터를 잡은 이유다.
손신철 목사는 “감리교회와 성공회 성당이 뿌리내린 지역에 우리 교회를 시작으로 여러 장로교회들이 생겨 지금까지 활발히 사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