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40대 부부와 피해자 A씨(48)가 2021년 초 퓨리에버코인(P코인) 폭락 이후 갈등 관계를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P코인 관련 사업을 동업했던 이들은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 투자를 했다가 8000만원 손실을 본 주범 이모(35)씨는 이 부부와 A씨를 오가면서 돈과 일자리를 요구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구속된 황모(36)씨와 연모(30)씨로부터 “주범 이씨가 ‘제3자에게 (착수금 성격의) 4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진위 여부 확인 및 배후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등장인물 계좌 추적 등과 함께 P코인으로 얽힌 갈등 관계도 들여다보고 있다.
사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인 큰손’으로 알려진 유모·황모씨 부부는 2021년 A씨 부부에게 P코인 판매 사업을 같이하자고 접근했으며, A씨는 직접 투자를 했다. 하지만 수익 배분 문제를 놓고 다툼이 생기자 A씨는 투자 피해자들을 모아 고소를 준비했다. A씨의 한 지인은 “P코인 시세 조정을 통해 수익을 올려준다면서 투자금을 모았는데, 중간 역할을 하던 유씨 부부가 수익금을 주지 않았던 걸로 안다”며 “A씨가 고소한다면서 사람들을 모았으니 유씨 부부에겐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P코인이 급락하면서 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던 유씨 부부가 ‘장난’을 친 것 아니냐는 소문도 투자자들 사이에 돌았다고 한다. 이씨를 비롯한 투자자 18명은 유씨 부부가 묵고 있던 강남의 한 호텔로 찾아가 ‘투자금을 내놓으라’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당시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겼던 유씨 부부는 이후 A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다시 고소했다. 경찰은 유씨 부부를 출국금지 한 상태다. 그러나 부부는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지인들은 A씨가 주범 이씨와 원한 관계였다기보다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8000만원 손실 뒤 일자리와 돈을 요구했던 이씨에게 2000만원을 빌려줬고, 또 A씨 부부가 차린 코인채굴 관련 사무실에서 2~3개월간 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A씨 가족은 이씨가 이후에도 재차 금전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지 의심한다.
경찰은 이날 강도예비 혐의로 B씨(24)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구속된 3인조에 이은 사건 4번째 피의자로 배달대행을 하면서 알게 된 황씨를 통해 범행 모의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현 정신영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