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에게 건너간 ‘박영수 5억’ ‘200억 약정설’ 연관 가능성 수사

입력 2023-04-05 04:07
연합뉴스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화천대유 설립 초기 김만배(사진)씨에게 송금한 5억원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대가를 약속받으면서 지급한 초기 투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박 전 특검 측근인 양재식 변호사의 후배가 화천대유 전신 업체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도 거액의 약정 이행을 위한 안전장치일 수 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특검은 2015년 4월 3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에게 5억원을 송금했다. 토목건설업자 나모씨가 대장동 토목사업권을 받기로 하고 박 전 특검의 인척 이모씨에게 보낸 돈이 박 전 특검 계좌를 거쳐 화천대유로 들어가는 구조다.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 전 특검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씨가 분양업체 대표인 이씨로부터 빌린 돈”이며 “김씨 등의 계좌로 이체됐고, 사용처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수사팀은 5억원이 ‘200억 약정’과 관련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큰돈을 주고받기로 약정된 상황에서 박 전 특검을 통해 일부 자본금이 전달되는 식의 ‘장치’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돈 거래 시기 또한 화천대유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2015년 3월 27일)된 직후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정영학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 후배 A변호사가 서판교자산관리 대표이사를 지낸 배경도 규명 대상이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말 재판에서 “양 변호사 부탁으로 그의 사법연수원 제자인 A변호사가 서판교자산관리 이사로 들어왔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은 양 변호사가 서판교자산관리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 실무를 담당하면서 땅과 건물 등 200억원 상당의 대가를 받기로 약정하고 이를 박 전 특검에게도 보고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관련 금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참여했던 하나은행 담당자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당시 박 전 특검의 역할을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컨소시엄에는 부국증권이 배제된 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함께 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었다.

한편 대장동 개발수익 은닉 혐의로 재차 구속된 김씨는 5일 첫 공판을 앞두고 보석을 청구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대선자금 명목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구속 만기를 한 달여 앞두고 보석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