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이런 참사가 대로변에서, 아무런 경쟁도 벌어지지 않는 지역 모임에서 일어날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후적으로 모든 책임을 이 장관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반면 국회 측은 “재난 발생 전 112·119 신고가 계속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맞붙었다.
헌재는 4일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탄핵 소추 사유의 쟁점은 ‘사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 언행’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국회 측은 이 사건을 ‘이태원 참사’, 이 장관 측은 ‘이 사건 사고’로 부르며 용어 사용으로도 대립했는데, 재판부는 ‘이 사건 참사’로 정리했다. 준비기일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장관 측은 “일상적 다중운집 자체만 가지고 그것을 재난의 사전상황으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면 광화문 정치 집회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행사는 주관자가 없고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핼러윈데이에 모여 특수한 의상을 입고 즐기는 행사인데,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이상하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 측은 헌재에 제출한 서면에 크리스마스 인파 사진, 남산 일출 인파 사진 등을 함께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은 “이 사건 사고 현장은 일반적 행사와 성격이 아예 다르다”고 반박했다. 폭 3m, 길이 40m의 매우 좁은 골목에서 일어났고 사고 발생 전부터 신고가 이어져 참사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이 장관 측에 “대규모 인파가 밀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보신각 타종 행사 등에서 행안부가 사전 업무보고를 받거나 안전사고 예방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0일 0시42분 대통령 주재 긴급 상황점검회의에 이 장관이 참석했느냐를 두고도 충돌했다. 이 장관 측은 전화 연결로 참석했다고 했지만, 국회 측은 관련 통신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맞섰다. 국회 측은 사고 당일 기준 이 장관의 개인 및 공용 휴대전화 통신기록도 신청했는데, 재판부는 “어느 휴대전화인지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에서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을 해 고발된 사건을 경찰이 지난 3일 불송치 결정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누구인지 말을 번복했다는 내용 등이다. 국회 측은 “경찰이 아무 조사 없이 불송치 결정했다. 탄핵 사유 입증 자료로서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종석 주심 재판관은 사건을 집중심리 사안으로 진행해 달라는 국회 측 요청에 “천천히 할 이유도 없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히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8일 한 차례 더 변론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