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년 만에 최저 상승폭인데… 유가가 복병

입력 2023-04-05 04:04
롯데마트 직원이 4일 서울시 중구 서울역점에서 ‘반값 족발’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창립일을 기념해 4월 한 달간 족발을 절반 가격에 판매하고, 돼지갈비를 지난달보다 30% 할인한다. 연합뉴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국제 유가 하락의 여파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 폭은 여전하고, 채소 값·외식비·공공요금 등 생활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등 물가 불확실성도 걷히지 않은 상태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3월 4.1%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한 달 전에 비해서도 0.6% 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물가상승률은 2월부터 2개월째 4%대를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4.2% 떨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했던 원유 가격은 하반기부터 안정을 찾았다.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80달러 전후에서 형성돼 지난해 3월(평균 110.93달러)의 70% 수준을 나타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 하락이 상승 폭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둔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석유처럼 계절적·일시적 요인으로 요동치는 항목들을 제외하고 계산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근본적인 물가 상승 흐름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해 6개월째 4.8% 이상을 기록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4.0%로 한 달 전과 같았다.

신선식품, 외식비, 공공요금 같은 ‘체감형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다 보니 상승 둔화를 실감하기도 어려운 모양새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3% 급등했다. 특히 신선채소 가격이 13.9% 뛰어올랐고 신선어개(생선·해산물) 가격도 7.4% 뛰었다. 개인 서비스 물가 역시 7.4%나 증가한 외식비의 영향으로 5.8% 올랐다. 지난 2월 28.4%라는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지난달에도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선언으로 유가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직전 거래일 대비 6% 급등했다.

김 심의관은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며 “현재는 이밖에도 공공요금 인상,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