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가 12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투자 손실은 40조원을 훌쩍 넘겼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지불 부담이 커지면서 국가부채도 역대 최대 규모인 2300조원을 웃돌았다. 윤석열정부가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연금 문제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117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112조원 적자를 넘어선 최대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까지 커졌다. 지난해 국세는 1년 전보다 51조원가량 더 걷혔지만, 같은 기간 총세출도 62조원가량 늘어났다. 정부로 들어온 돈이 증가하는 것보다 쓴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나라 살림이 악화된 셈이다.
연금 문제도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국가자산은 2836조3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29조8000억원(1.0%) 감소했다. 국민연금 연간 수익률이 -8.22%에 그치는 등 공적연금 수익성이 악화된 측면이 컸다. 주가와 채권값 급락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국민연금의 유동·투자 자산은 41조7000억원가량 급감했다.
공무원과 군인연금도 국가부채 규모를 키우고 있다. 국가가 고용 주체인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1181조3000억원으로, 2021년에 비해 43조원가량 증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70년 이상 공무원 등에 줄 연금 추정액을 현시점에서 미리 계산한 금액이다. 국가가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연금 지급액이 부족하면 정부 재원을 투입해 메워야 해 부채로 집계된다.
연금충당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국가부채는 1년 전보다 130조9000억원(6.0%) 늘어난 2326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D1)도 1067조70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맞추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고갈 위기를 겪는 공적연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성과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