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초 2만 가구에 못 미쳤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1월 7만5400가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공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내준 금융사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전국 8600가구로 집계돼 전월 대비 1000가구(13.2%)나 증가했다.
미분양 위험 탓에 자본시장은 건설업계에 문을 걸어 잠갔다. 신용 A등급인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9일 2년물 회사채 8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100억원어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신세계건설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P-CBO는 기업 채권에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얹어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으로 B등급 수준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여겨진다. 신용 A등급에 재계 10위권 대기업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P-CBO 발행을 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PF를 십수 조원 내준 금융권도 미분양 위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브리지론을 책임졌던 증권업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본 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브리지론(토지담보대출 포함)은 6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는 보험업권이나 다른 증권사 등으로부터 본 PF를 받아야 브리지론을 갚고 착공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14조원 중 58.4%가 브리지론이다.
지금처럼 미분양 위험이 큰 상황에서는 본 PF로 넘어가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분양이 끝나야 상환 자금이 마련되는 ‘분양형 본 PF’ 규모가 15조9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사업장이 미분양 상태인 시행사가 본 PF 상환 자금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권 PF 위험은 중소형 증권사에서부터 터질 수 있다. 증권업권의 자기자본 대비 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비율은 평균 44.2%인데 중소형 증권사는 48.8%로 대형사(35.5%)보다 13% 포인트 이상 높다. 다올투자증권(91%), 메리츠증권(88.4%), 하이투자증권(85.1%), 현대차증권(74.9%), BNK투자증권(71.4%)의 경우 대형 증권사 평균치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이들 중소형 증권사는 PF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자본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최대 70% 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지방, 비주택 PF를 많이 내줘 더 위험하다”면서 “중소형사 중 은행이나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곳은 유사시 매물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