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 불빛을 이용해 각국의 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같은 시간대에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사진을 모아 불빛 밝기 통계를 내면 그 나라의 경제 발전 정도와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는 연구였다. 밝을수록 선진국이고 어두울수록 후진국이다. 통계자료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나 빈곤국 경제 연구에 많이 사용됐다.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1992~2008년 179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인공위성 사진의 ‘야간 불빛 지수’를 비교했더니 불빛이 10% 밝아지면 GDP가 2.4%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북한 야간 불빛 연구도 활발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경제학과 연구팀은 인공위성 사진 불빛으로 2018년 북한의 경제 규모를 추정했다. 1인당 GDP는 1400달러로 전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고, 전체 주민의 60% 수준인 1500만명이 절대빈곤 상태라고 분석했다. 절대빈곤이란 식량과 식수, 보건 등 기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다. 2005년 3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미국 펜타곤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집무실 테이블에 있는 한반도 야경 사진을 보여주며 대북 정책을 설명했다.
미국 스팀슨 센터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이 3일 2015년과 2021년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북한의 야간 모습엔 큰 변화가 없지만, 평양 주변은 더 밝아졌다’는 설명이다. 평양 내에서도 김정은이 건설을 독려했던 사동구역과 화성지구 아파트 단지 주변은 불빛이 밝은 편이었다. 평양에 경제력을 집중시킨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한반도 야간 사진을 보면, 북한은 평양 등 일부 지역을 빼면 캄캄하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2014년 한반도 밤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의 캄캄한 육지가 해안선과 구분이 되지 않아 바다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북한에도 밝은 빛이 생겨나길 바라지만, 핵 개발과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