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코인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됐지만, 국내 공범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권 대표의 국내 송환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검찰이 사건 공범에 대해 청구했던 영장은 법원에서 재차 기각됐다. 검찰은 우선 범죄 수익 몰수를 위해 사건 관련자 재산 2300억원 상당을 동결했고 보강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근까지 테라폼랩스 공동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 관련자 8명에 대해 2300억원대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피해액수에 근접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신 전 대표의 서울 성수동 자택과 테라폼랩스 전 임원 명의의 석촌동 주택 등도 가압류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테라·루나 사태 수사가 시작된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관련자 중 구속자는 아직 없다. 신 전 대표는 권 대표와 함께 사건 핵심으로 꼽히는 공범이다. 하지만 검찰이 신 전 대표에 대해 청구한 두 번째 구속영장도 지난달 30일 기각됐다.
주요 쟁점은 루나·테나의 증권성 여부다. 검찰은 루나·테나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법리 다툼 여지가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 투자계약증권은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른 손익을 분배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테라폼랩스는 코인을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19%의 이자를 지급했다. 이를 손익을 나눈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코인 소유자 모두에게 이자를 준 게 아닌 만큼 ‘증권’이 아니라고 봐야 하는지를 놓고 법조계와 금융계 의견이 분분하다.
권 대표 송환도 장담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고 몬테네그로 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테라의 증권성을 인정한 미국도 권 대표에 대한 송환을 요청한 상태다.
아직까지 가상자산 증권성을 인정한 국내 판례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권 대표를 차라리 미국으로 보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이 있는 국내에서 권 대표를 기소해야 유죄 가능성이 높고, 피해 회복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홍푸른 디센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선례가 없을 뿐 증권성 문제를 먼저 제기한 미국과 한국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에서 한국 송환을 결정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박재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