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 첫 경기가 열린 3일 서울 목동야구장. 1회말 세광고 전민재 타석에서 마산용마고 투수 강채운의 풀 카운트 결정구가 타자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주심의 경쾌한 삼진 콜도 잠시 판정은 볼넷으로 번복됐고 전민재는 1루로 걸어 나갔다.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고교야구에 상륙했다. 판정 공정성을 제고하고 입시 비리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다. 해당 기술이 고교야구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면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ABS는 심판복을 입은 주심 대신 볼과 스트라이크를 최종 판단해주는 기계 시스템이다. 레이더나 광학 카메라를 활용해 투수 손을 떠난 공의 궤적을 포착하고, 이를 가상의 3차원 스트라이크 존에 대입해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결정한다. 판정 결과는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심판에게 전달되며 주심은 그에 따라 선언만 하면 된다.
마산용마고의 역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ABS가 고교야구에 첫선을 보인 무대였다. 마산용마고 측에서 세 번, 세광고 측에서 두 번 판독을 요청했고 1회 전민재 타석을 포함해 다섯 차례 모두 원심이 뒤집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관계자는 “ABS상 스트라이크 존과 주심의 판정 사이에 약간 차이가 있었다”며 “내부적으론 존이 좀 좁아졌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심판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2020년 하반기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도입했다.
다만 실제 프로 1군 도입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적으로 ABS 판정이 스트라이크 존 본연의 존재 의의에 들어맞는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3차원 존을 스쳐 지나기만 해도 칼같이 잡아내다 보니 현실적으로 타자가 때려내기 어려운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인정될 거란 우려다. 한국보다 먼저 ABS 도입 가능성을 저울질한 미국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KBO는 퓨처스리그 등을 통해 실전 데이터를 지속해서 쌓아나가면서 기술을 더 다듬어갈 방침이다. 메이저리그와 관련 교류도 지속한다. KBO 관계자는 “ABS는 KBO와 문체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라면서도 “그만큼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