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만 18세 고3이던 A양은 동갑내기 남자친구를 사귀다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다. 두 사람은 고심 끝에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2월 출산을 결정했다. 대학에 진학하려 했지만, A양은 임신한 상태로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었다.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A양은 출산과 양육으로 생계에 뛰어들 형편이 안 됐고, 대학교 1학년생인 남편 역시 번번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런 청소년부모는 2021년 기준 2954가구 수준이다. 청소년부모는 부와 모 모두가 만 24세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부모 402명(부모 아동양육비 시범사업 대상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을 중단한 여성이 15.8%에 달하는 것으로 3일 집계됐다. 학업 중단 시기는 ‘대학 이상’이 53.1%였고, ‘고교 중단’도 46.9%나 됐다. 학업을 중단한 사유로는 ‘임신·출산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가 45.2%로 가장 많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도 33.1%에 달했다.
자녀 출산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응답한 청소년부모는 96.1%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원해서 임신을 했다는 응답은 41.3%에 불과했다. 청소년부모의 평균 연령은 22.5세로, 만 20세 이하인 청소년부모 비중은 8.3%다.
어린 나이에 임신과 양육을 하다 보니 경제적 기반도 취약했다. 청소년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296만원으로 전체 가구소득 평균의 약 68% 수준에 그쳤다. 월평균 지출 금액은 223만원이었다. 식비가 6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자녀 양육 비용이 41만 원이었다.
임신 당시 남성의 직업은 ‘비정규직(아르바이트)’라는 응답이 34.5%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무직’이 30.7%로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자녀 양육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79.7%였고, 특히 성별이 여성인 경우에는 응답률이 82.1%로 높았다.
추가 자녀 계획 질문에 43.1%는 ‘추가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계획이 있다’는 답변도 29.1%를 나타냈다. 박정애 여가부 가족지원과장은 “청소년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학업이나 취업까지 삼중고를 겪는데도 추가 자녀 계획이 있다는 건 굉장히 희망적”이라며 “양육비 부담이나 자녀 돌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