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이 암초를 만났다. 함정에 탑재하는 무기와 관련한 경쟁 제한 우려가 불거지며 인수합병 절차가 답보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제한 우려를 덜기 위한 시정방안을 한화에 요청했다고 밝힌 반면 한화 측은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면서 이례적으로 강한 반박 입장을 냈다. 방위산업 특성상 한화가 시정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인수합병 절차가 기약 없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한화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시정방안 제출을 요청했다고 3일 밝혔다. 한화가 전략 무기 시장에서 보유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봉쇄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핵심은 함정 위에 설치되는 전략 무기다. 공정위는 전략 무기 기술정보가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될 경우 함정 입찰 시 기술·제안서평가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배의 어느 위치에 무기를 설치해야 하는지 등 무기와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한화가 경쟁사들에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박 회사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평가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큰 차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과정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제기되면 시정방안을 요청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당 건의 경우 한화 독자적으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방위산업 분야 경쟁은 방위산업법에 따라 방위산업청 주관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해서 어떤 무기를 탑재할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화가 시정방안 요구를 듣지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도 논란의 소지를 남긴다. 한화 측은 “공정위로부터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고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기업결합 심사기한은 120일이다. 자료 보완기간은 심사기한에서 제외되는데, 현재도 자료 보완이 이뤄지고 있어 심사기한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유럽연합(EU)을 끝으로 7개 해외 경쟁당국 승인을 완료했지만 국내 공정위와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인수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