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증기관에 규정된 기한을 훌쩍 넘기고 있다. 치솟는 전세보증 수요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심사 인력이 감당하지 못한 데다 반년간 경영 공백이 이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3일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약관에 따르면 보증사고가 발생해 임차인이 보증이행을 청구한 경우 1개월 이내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업무 처리가 밀린 탓에 이 기간은 올 들어 3개월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 수급이 보증사고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 크다. HUG 자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UG 임직원 수는 1032명으로 전년(915명) 대비 117명(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비해서는 28.8%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보증사고 건수는 5443건으로 2021년(2799건)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372건)에 비해선 13.6배 증가했다. 이에 1인당 이행심사 건수는 2021년 82건에서 지난해 133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세보증 상품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보증사고 건수 대비 대위변제 비율은 2020년 94.1%에서 2년 만에 78.9%까지 떨어졌다. 연말이 가까워 신청된 사건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1개월 이내 정상처리된 사건이 줄어든 여파다. 이에 임차인들이 전세금을 빨리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관련 부서도 인력난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 근무자는 HUG 직원 4명을 포함해 총 6명뿐이다. 지난해 9월 지원센터 개소 후 약 100일 동안 직원 한 명당 평균적으로 하루에 650건을 처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증원은 없는 상태다. 여기엔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HUG의 ‘리더십’은 6개월째 부재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권형택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한 후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신임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됐지만 지난달 돌연 자진사퇴했다. 보증배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출자, 인력 증원 등 ‘컨트롤타워’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신임 사장 선임까진 추가로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HUG 관계자는 “타 부서 인원을 심사 부서로 돌리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며 “전세보증 상품 가입자 수는 갈수록 증가세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