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공개를 통해 가상자산을 보유한 공직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침이 없어 중구난방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경실련) 등에 따르면, 이승연 부산시의회 의원은 4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소유했다가 올해 전부 매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예금액 증가를 설명하기 위해 비고란에 기재한 가상자산 거래 내역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재산공개 당시 기재했던 관련 내용은 ‘농협은행 1(단위 1000원)’ ‘케이뱅크 1’이 전부였다. 정확한 액수가 아닌 ‘상징적’ 의미로만 기재했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요동치는 가상자산의 성격상 매입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적어야 하는지, 신고 당시 기준으로 적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 의원은 신고 전 부산시의회와 정부 담당자에게 작성 지침을 문의했지만 이 이상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가상자산은 현행 제도에서 재산공개 의무 대상이 아니고, 기재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범수 대통령비서실 농해수비서관도 이번 재산 공개에서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났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배우자 몫으로 신고했던 현금 300만원이 올해 150만원으로 감소했다며 그 이유로 ‘비트코인 가격 변동’을 기재했다. 가상자산의 성격이 현금과 엄연히 다름에도 지난해에는 비고 란에조차 기재되지 않았던 것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 6개가 연합해 만든 재정넷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본의 아니게 재산을 축소 신고하는 꼴”이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재산 신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