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성연료 인정”에… 내연기관-전기차 공존 가시화

입력 2023-04-04 04:04

‘내연기관의 종말’은 올까. 유럽연합(EU)은 2035년 이후에도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차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합성연료(e-fuel)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공식 인정한 셈이다.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배터리 구동 전기차와 합성연료 기반 내연기관차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합성연료는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한 탄화수소를 통칭한다.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EU는 지난달 28일 ‘내연기관차 퇴출법’ 시행을 확정했다. 2035년부터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예 금지했다. 다만 합성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를 예외로 두고 판매를 계속 허용키로 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강력한 요구, 배터리 산업 주도권을 유럽이 아닌 아시아가 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각국 완성차 업계, 정유 업계, 정부 등의 투자 및 연구 개발(R&D)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합성연료는 비교적 저렴한 전환 비용을 장점으로 한다. 3일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합성연료로 수송용 연료를 100% 대체했을 때 필요한 투자비는 전기차 100% 전환비용의 5%에 불과하다. 내연기관차, 주유소 등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많은 기업이 합성연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포르쉐는 지멘스와 함께 칠레 합성연료 생산시설에 투자를 했다. 2026년에 5.5억만ℓ(연간 15만대 주유 규모)의 합성연료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아우디는 합성연료 연구소를 세웠고, 일본 자동차 3사도 합성연료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현대차가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람코, 킹압둘라과학기술대와 함께 ‘친환경 합성연료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연구는 내년까지 진행한다. 한국 정부는 2021년에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에는 현대차와 정유 4사가 참여한다.

하지만 합성연료는 ‘높은 생산단가’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합성연료의 ℓ당 가격은 주유소 휘발유 가격보다 4~5배 비싸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독일 호주 미국 등에 합성연료 생산시설이 계속 들어설 예정”이라며 “향후 합성연료 생산단가는 ℓ당 2달러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ℓ당 2달러라도 휘발유, 경유보다 비싸다. 권 교수는 합성연료에 보조금, 세액공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 화석연료 수준 가격으로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