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토종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가 글로벌 펀드로 거듭난다. 단 1.1%의 지분으로 공룡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해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얼라인은 미국 기관 투자자의 출자를 받아 펀드 규모를 조(兆) 단위로 키울 계획이다. 해외 투자자 출자가 마무리되면 보다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달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미국에 있는 주요 기관 투자자를 만나 펀드 출자에 대해 논할 계획이다. 2021년 설립된 신생사인 얼라인은 아직 국내 기관들로만 펀드 출자자가 구성돼 있다.
현재 펀드 규모는 설정 원본 기준으로 약 2700억원이다. 설립 3년 차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번 SM엔터 주주제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급상승하며 이미 복수의 기관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JB금융지주 주주총회를 끝으로 이번 주총 시즌의 모든 표 대결을 마무리한 얼라인은 당분간 펀드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돼도 투자 전략은 같다. 국내 기업 대상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펼친다. 행동주의는 시장에서 낮게 평가받고 있는 기업을 선택해, 지배구조와 투명 경영을 요구해 시장에서 제값을 받도록 하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얼라인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SM엔터다. 얼라인이 지난해 3월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하라는 주주 서한을 SM엔터에 보내면서 외부에 공개됐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와 음반 등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업체다. 매 분기 거액의 자문료를 받아오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얼라인은 SM엔터 지분 1.1%밖에 보유하지 않았지만, 최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의 지지를 받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7대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개선된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주주제안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JB금융지주를 제외한 KB와 신한, 하나, 우리, DGB, BNK 금융지주는 각자의 상황에 맞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J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결과 이사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얼라인이 SM엔터에 대해 행동주의 전략을 펼칠 때 1% 수준에 불과한 지분으로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에 얼라인의 펀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이전보다 비중 있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지분 논란도 차단하면서 감사 선임 등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얼라인이 자체 목표로 설정한 펀드 규모는 1조원이다. 업계 관계자도 “얼라인이 구상하는 투자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 1조원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