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적자’ 삼성·SK… 속으론 ‘반등만 남았다’ 미소

입력 2023-04-04 00:0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하지만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반도체 업황이 최저점을 찍고 반등한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까지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은 64조2012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7.4%, 영업이익은 92.9%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3개월 전인 지난 1월 초 전망치(5조9254억원)보다 무려 83% 내려앉았다. DS(반도체) 부문은 4조원대 안팎의 손실을 본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매출은 4조9675억원, 영업손실은 3조509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이 지난해 4분기(-1조8984억원)보다 배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일부에선 최대 4조원 규모의 영업손실도 예측한다.

비관적 관측이 잇따르고 있지만, 두 회사를 둘러싼 기류는 비관적이지 않다.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부정적 요인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근까지 전통적 계절적 비수기에다가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부담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빅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감산 기조를 보이면서 ‘반도체 업황 바닥론’에 힘이 실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감산이 본격적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을 반도체 혹한기의 절정으로 판단한다. SK하이닉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D램 등의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에서 2023회계연도의 시설투자(CAPEX) 금액을 기존 ‘최대 75억 달러’에서 ‘최대 7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는 등 추가 감산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유지보수 강화, 설비 재배치 등으로 ‘자연적 감산’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연적 감산이 본격적 효과를 내는 시점도 다가온다고 진단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부품 업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자연적 감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2분기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봤던 업계 예상보다 회복 시기가 앞당겨지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스마트폰, PC 등의 세트 제품 판매량이 회복하고 있지 않아 공급량 조절만으로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이나 PC 등의 세트 시장 판매량을 봐야 한다. 세트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이 진짜 바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