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도심 충격적 납치·살인… 민생치안 허점 돌아봐라

입력 2023-04-04 04:05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지난달 29일 귀가하던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3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현구 기자

시민과 차량 통행이 많은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여성이 납치됐다. 피의자 3명은 범행 42시간 만에 검거됐으나 피해자는 이미 살해돼 야산에 암매장된 후였다.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난달 29일 밤 40대 여성이 납치된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 큰길이다.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곳으로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다. 이날 밤 11시46분 한 여성이 차량에 납치되는 것을 본 목격자가 현장에서 바로 신고했다. 서울경찰청은 3분 뒤 출동 지령을 내렸고 11시54분쯤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고화질 CCTV에 당시 상황과 차량이 뚜렷하게 찍혔다. 그런데도 경찰은 1시간이 지난 다음 날 0시52분에야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신고자가 차량 종류를 다르게 말해 혼선이 빚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초동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국에 공유되는 수배 차량 검색 시스템에 용의 차량번호를 등록한 것은 이로부터 4시간이 지난 오전 4시57분이었다. 피의자의 범행 속도에 비해 경찰은 느려도 한참 느렸다.

서울경찰청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가장 최단시간 내 출동해야 하는 사건이라는 뜻의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납치 차량의 이동 경로에 있던 경기남부경찰청, 대전경찰청, 충북경찰청 등은 다음 날 오전 9시에야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청 단위별 공조체제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차량번호를 시스템에 입력만 하면 되는 일인데 행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3일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계획범죄임이 드러났다. 부녀자를 노린 우발적 범죄는 아니었지만 시민들은 서울의 밤길이 두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늘고 있는 강력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민생치안이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