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어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3사건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현대사의 아픔이다. 추념식에서는 4·3 당시 부모와 형, 누나를 잃고 성마저 바뀐 채 살아온 유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됐다. 4·3사건은 광복 이후 극심했던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 벌어졌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남로당 세력들이 경찰지서들을 습격하며 무장 폭동을 일으키자 우익 청년단 및 군·경이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서 민간인들을 포함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2011년 4·3진상조사위원회가 공식 인정한 희생자만도 1만4000명이 넘었다. 신고되지 않은 인원을 포함하면 당시 제주 주민의 10%에 달하는 3만여명이 희생됐다는 추정도 있다.
정치권은 이날 희생자 추모를 앞세우며 서로를 비난하기 바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을 문제 삼았다.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니 추념식에 가지 않은 것”이라거나 “저 정권을 기억했다가 심판해 달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도부가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국민의힘도 일부 지도부는 참석했지만,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면담을 이유로 불참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는 1년이 지나지 않았다. 매년 참석하지 않으면 제주를 홀대하는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편협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매년 참석한 게 아니라 5년 임기 중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했다.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폭도의 가족으로 몰린 채 살아왔던 유가족의 명예를 신속히 회복하는 일이다. 행방불명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가족관계 특례조항 도입도 필요하다. 4·3사건은 좌우익이 대립하며 빚어진 비극이다. 75년이 흘렀다. 여야가 대결과 정쟁 대신 통합과 화해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4·3사건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행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