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대기 탈북민 중국에 5만명 넘게 있다”

입력 2023-04-04 03:04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한국으로 향하는 ‘탈북 러시’가 예고되고 있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사역자들이 지난 1월 태국 이민국을 방문해 직원들과 면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제공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67명이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에는 229명, 이듬해에는 63명이 들어왔다. 2019년 입국자 수(1047명)와 비교하면 대폭 감소했다. 팬데믹 탓에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고 중국 역시 자국 내 이동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20, 30대 여성 가장 많아

엔데믹에 본격 접어들면서 북한 사역자들은 탈북민 입국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탈북러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올해는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민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한국교회가 탈북민 정착과 양육 사역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북한 사역자들은 팬데믹 기간 뜸했던 탈북 루트를 점검하고 현지 상황을 살피고 있다. A목사는 지난달 중국에서 한국 입국을 기다리는 탈북민들을 만났다. 그는 3일 “수많은 탈북민이 비밀 처소에서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붙잡고 있었다. 최소 5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중국에 팔려온 20, 3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는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었고 공안이 수차례 신분을 확인하는 등 감시가 철저해 중국에 숨어있는 탈북민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붙잡힌 탈북민은 북한의 거부로 북송되지 않고 중국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삼엄한 감시 속 도움 손길 절실

중국의 교회 탄압이 심해지면서 현지에서 사역하던 많은 선교사가 추방당했다. 탈북을 돕던 현지 선교사도 줄어든 상황이다. A목사는 “이제 중국의 탈북민 선교는 조선족이나 현지인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 기간 비밀 처소도 많이 망가지거나 위치가 드러났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발굴하고 정비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소속 사역자들은 지난 1월 주요 탈북 루트로 꼽히는 태국과 라오스 등지를 방문했다.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B목사는 “현지 이민국 직원들에게 코로나 기간 메콩강을 넘어온 탈북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3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며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두 군데에 있었던 이민국이 하나로 합쳐졌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국 등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 소속 요원들의 감시가 삼엄해 한국 선교사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B목사는 “현지 사역자들과 간담회를 했더니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곳곳에서 선교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더라”며 “일부 선교사는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현지에 남아 있는 선교사들은 곧 들어올 탈북민의 거처 등을 마련하면서 재개될 탈북민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성도, 탈북민 인식개선 시급

북한 사역자들은 탈북민 맞이에 대한 교계의 관심과 준비를 호소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북한선교부에서 7년째 사역하고 있는 탈북민 C전도사는 “남북한 성도들이 함께하려면 서로 이해해야 한다. 탈북민을 교회에 앉히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의 고민과 삶의 애환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이후 취업 연계 같은 실질적인 사역도 병행된다면 탈북민이 스스로 교회를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