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이 된 가뭄, 기후변화 반영한 근본적 대책 필요하다

입력 2023-04-04 04:03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물 공급체계 조정, 대체 수자원 개발로 하루 61만톤 용수 추가 확보 등 중장기 가뭄대책 발표를 마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이 바싹 말랐다. 지난주말 서울 인왕산, 충남 홍성,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동원됐지만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급히 대피해야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겨울부터 비상이 걸렸던 남부지방의 물부족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져 공업·농업 용수는 물론이고 식수 공급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주·전남 지방은 상수원 저수율마저 크게 떨어졌다. 이렇게 계속 비가 오지 않는다면 전면적인 제한 급수마저 불가피하다.

이는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탓이다. 최근 1년 우리나라 누적 강수량은 1061.2㎜로 평년 대비 79.7% 수준이다. 전남 지역은 누적 강수량 888.2㎜, 평년 대비 61.5%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기상청이 발표한 광주·전남 지역 기상가뭄 지속일수는 227.3일로 1973년 전국적 관측망 설치 이래 가장 길었다. 기상가뭄 지속일수는 일정 기간 평균보다 비가 적게 오는 날이 얼마나 계속되는지 측정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2015년과 2017년에도 기상가뭄 일수가 150일을 넘겨 역대 2, 3위를 기록했다. 과거 5~7년 주기였던 가뭄은 최근 거의 매년 발생하고, 심각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어느새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하수를 개발하고 저수지 퇴적토를 걷어내는 식의 가뭄 대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환경부가 3일 발표한 중장기 대책은 역대 최악의 가뭄을 뛰어넘는 극한의 가뭄 발생을 가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강물 추가 취수, 농업용저수지의 생활용수 공급 등 모자란 물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고려할 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가뭄이 발생한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국가 차원에서 근본적인 수자원 관리 대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흘려보내는 물을 단계적으로 가두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어디에 어떻게 구축할지 큰 틀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