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부활절 이튿날인 3월 27일, 김우영 목사 등 당시 교계 중진 목회자 19명은 한데 모여 세계성신클럽을 창단했다. 한국기독교성령역사연구원장 안준배 박사에 따르면 당시 김 목사 등은 21세기를 10여년 앞둔 이때부터가 21세기 성령의 세기를 열어가는 길목이자, ‘성령운동’을 확장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리라 봤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대표되는 강력한 오순절 성령운동으로 한국교회는 큰 부흥의 바람이 밀려왔다.
세계성신클럽을 모체로 하는 세계성령운동중앙협의회(대회장 소강석 목사)가 창립 34주년을 기념해 3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성령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국내 오순절 성령 운동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조용기(1936~2021)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4차원 영성’ 신학이 이 시대에 갖는 의미와 그 특징을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또 조 목사의 성령운동 사역을 본보기 삼아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로 성장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의 설교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음악의 옷 입힌 메시지의 힘
이날 주제 강연자로 나선 소강석 목사는 자신의 설교 방식을 ‘문학과 음악의 옷을 입힌 이야기 형식’이라고 정의하면서 “성경 말씀을 좀 더 효과적이고 감동적으로 전하기 위함”이라고 역설했다. 시인이기도 한 소 목사의 설교에는 문학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한 주일예배 설교에서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라는 시를 인용, 십자가를 진 예수를 보며 눈물짓던 마리아를 “마치 가을 엽서의 사랑 같은 여인”이라고 표현한 것이 한 예다.
소 목사는 이를 두고 “인간은 문학적 존재”라며 “문학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고 인간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문학이 있다. 성경도 일종의 성문학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설교에는 반드시 문학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교 중간중간 찬양을 곁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소 목사는 “인간은 음악적 존재다. 모세도 운율과 곡을 섞어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암송하라고 했듯이 설교에는 음악성이 들어있고 음률이 있어야 할 때가 있다”며 “그래서 난 설교 메시지에 음악의 옷을 입힌다. 그러면 성도들이 말씀을 더 기억하고 감동한다”고 말했다.
성경 속 일화를 재구성해 극화 형식으로 설교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는 그는 “성경이 기록되기 전에는 아브라함과 야곱의 장막을 통해서 (하나님 말씀이) 이야기체와 구전 형태로 전해져 왔다”며 “이야기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힘이 있다. 이야기 구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할 때 청중으로 하여금 복음의 능력을 역설적으로 경험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설교자가 때론 먼저 낮아짐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설교 메시지 전달이 기계적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이를 “바보스러움과 어리석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설교자의 위대한 품격과 고매함으로 하나님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자기 비하와 설교자의 어리석음을 통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의로 설교자의 격을 떨어뜨리라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복음을 극적으로 잘 드러내고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죄인 된 자기를 낮추고 부인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의미다.
소 목사는 그럴 때 역설적으로 교회가 인격적이며 신앙적 공동체가 되고,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회복된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개교회 부흥보다 한국교회 연합과 종교인 과세 같은 공적 사역에 힘쓴 이유도 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소 목사는 “설교는 구성의 방식도 중요하고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전달 방식도 콘텐츠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는 양자 모두를 중요시 여긴다”며 “우리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목회 방향이 설교에 맞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도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성도의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애로사항을 설교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며 “한국교회가 행사보다는 설교로 승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칼빈대 신학대학원장 김덕현 교수는 소 목사의 강연 논찬에서 “성령의 페르소나로 이해될 수 있는 문학, 음악, 이야기로 성경을 전하는 소 목사의 극화된 설교는 현실 목회 현장에 대안을 주고 싶은 목회자의 참된 고민이라 생각한다”며 “극화된 설교에 대한 확장성이 당위는 많으나 실천은 부족한 오늘날의 설교적 상황 가운데 유익과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성령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4차원 영성
김삼환 여의도순복음김포교회 목사는 ‘조용기 목사의 4차원 영성’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그는 조 목사가 생전 강조한 ‘4차원 영성’ 신학이 구원과 성령을 어떻게 연관 짓는지 분석했다. 4차원 영성은 조 목사가 주창한 신학 리더십으로 ‘생각 꿈 믿음 말이 바뀌면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원리다.
김 목사는 악을 이길 힘, 죄인 된 인간을 구원케 하는 건 오로지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조 목사가 설교를 통해 강조한 4차원 영성은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구원자는 외부에서 오시는 분이어야 한다”며 “나의 자유의지로는 아무리 하나님의 계명을 지킨다 해도 악이란 것은 인간의 주체적인 자유의지 밖에서 근본적으로 주어진 외부적인 것이기에 인간의 의지로는 절대 물리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외부의 악이 먼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이런 해결은 오직 하늘로부터 온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또 “구원의 역사를 위한 조 목사의 ‘4차원의 영성’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희망의 원리는 꿈”이라며 “인간 스스로가 가지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서 주어지는 꿈을 말한다”고 했다. 이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한다고 해서 믿음이 생겨나거나 꿈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믿음을 가진다고 순전히 외부의 꿈이나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는 것도 아니다”며 “조 목사는 4차원 영성을 통해 외부적인 존재인 하나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꿈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함으로써 힘의 방향이 존재론에서 심리학으로 흘러가는 것이지 그 역의 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부연했다.
지역사회 섬김, 교회의 존재이유 발견
지역사회에 대한 교회의 ‘디아코니아’(섬김) 사역은 사회문제에 무책임했던 교회에 대항해 일어난 개혁 운동이자 각성 운동이었다. 또 성경이 말하는 올바른 신앙의 회복을 도모하며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운동이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순복음춘천교회(이수형 목사)의 사역도 조명됐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오순절 성령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디아코니아’ 사역을 앞세우며 교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지역사회’를 주제로 강연한 이수형 목사는 순복음춘천교회가 지난 50년간 지역사회를 섬기며 실천해온 각종 봉사 사역을 소개했다.
순복음춘천교회는 그동안 ‘열린 교회’를 표방하며 사단법인 사랑나눔 설립 및 북부노인복지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 내 노인 복지, 경제 취약·소외계층 지원 사역 등에 나섰다. 이같은 교회의 노력은 지역사회를 건강한 생명 공동체로 바꾸는 중요한 축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이 목사는 “우리의 단 한 가지 목표는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며 “주님 다시 오시는 날 ‘네가 얼마나 많은 제자를 삼았느냐?’고 물으실 때 부끄러움 없이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주님이 아십니다’라는 대답을 드리기 위해 오늘도 주님의 마음을 듣고 순종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려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그것은 ‘교인들만의 교회’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회’로 성숙할 때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교회는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적극 책임지는 모습으로 교회의 정체성과 그 역할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며 “그럴 때 비로소 교회가 세상에 전해야 하는 예수 생명의 복음이 제대로 전달된다”고 부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