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들이 붐빈 2일 서울 인왕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선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 속에 바람마저 강하게 불면서 이날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30건 넘게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인왕산 인근에서 불이 나 주민과 등산객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산불은 낮 12시50분쯤 대응 2단계로 격상됐다. 인왕산 6부 능선에서 시작된 산불이 은평구 성덕사약수터와 서대문구 개미마을까지 확산했다.
서울시와 소방당국은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인왕산 산불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어 주민과 등산객은 신속하게 대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근 120가구 주민이 홍제주민센터, 인왕초등학교, 경로당, 인왕중학교 등으로 대피했다가 일부 귀가했다. 상춘객들도 산불 소식에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오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오르던 60대 여성 등산객 A씨는 “산을 오르던 중 인왕산에서 정체 모를 큰 먹구름 두 개가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빨간 불길이 번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얼른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 40분쯤 큰 불길이 잡혔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산불로 축구장 약 21개 면적에 이르는 임야 15.2㏊(헥타르)가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충남에서도 홍성과 금산, 보령, 천안, 서산 등에서 산불이 속출했다. 대전 서구와 경북 군위 등에서도 산불이 났다. 특히 홍성군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계속 확산해 오후 1시20분 산불 3단계가 발령됐다. 마을 주민 100여명이 대피했고 민가 14채가 불탔다. 헬기 17대와 장비 67대, 공무원과 진화대원 등 923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충남도는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가동하고 김태흠 충남지사가 직접 현장 지휘했다.
강원도 철원과 원주 등에서도 산불이 났다가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건조경보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령됐으며, 많은 지역에서 상대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졌다. 바람도 낮 한때 전국적으로 순간풍속이 시속 35㎞ 안팎으로 불었다.
산불 확산에 윤 대통령은 “산림청과 소방청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등은 유관 기관의 헬기·인력 등 가용 자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가동하라고 주문했다.
백재연 기자, 홍성=전희진 기자 황수민 인턴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