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6조원 가까이 줄면서 올해 편성 예산 대비 세수가 부족한 ‘세수결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악화와 감세 정책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반전의 기회를 노리기도 쉽지 않다. 내년 세수 전망도 반도체 지원, 수출 추이 등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적자 재정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국세 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취약층을 위해 세금납부기한을 늦춰주면서 세수가 감소한 점 등을 감안해도 6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경기 악화가 세수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수출입이 감소하고 내수가 침체되면서 1~2월 누적 부가가치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5조9000억원 줄었다. 부동산, 증권 등 자산시장이 얼어붙은 탓도 있다. 2월 소득세와 증권거래세는 각각 전년 대비 5조2000억원, 4000억원 줄었다.
법인·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감세 정책도 세수 감소에 한몫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법인세율 인하로 15조7000억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 13조3000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율 조정도 각각 10조9000억원, 5조6000억원 세수를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세수 부족 현상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를 견인할 동력을 찾기는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최근 5개월 중 3개월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입 감소는 부가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내수에서 만회하기도 힘들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월 이후 지난 2월까지 11개월 연속 4%를 넘었다. 증권거래세 등 자산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9년 이후 4년 만의 세수 결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세수 결손을 막을 수는 있지만 문제는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내년 법인세수 전망은 암울하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제품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5% 감소한 86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은 법인세수를 더 줄일 전망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된다면 1~2월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박세환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