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3명은 범행 42시간 만에 모두 붙잡혔다. 납치 차량에선 피해자 제압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주사기와 진정제도 발견됐다. 피의자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했고, 여러 차례 이동 수단을 바꾸는 치밀함도 보였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연모(30)씨와 황모(36)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상경했다. 범행 당일인 29일 오후 4시쯤부터 A씨 사무실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A씨가 퇴근하자 따라나섰다. 이후 밤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해자 집 근처에서 A씨를 납치했다. 두 사람이 발버둥치는 A씨를 강제로 차량 뒷좌석에 밀어 넣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자정을 넘겨 서울을 빠져나간 이들은 30일 0시12분 서울 요금소를 통과했고, 경기도 용인과 평택을 거쳐 대전으로 향했다. 당일 오전 6시쯤 촬영된 CCTV에는 연씨 등이 A씨 시신을 대청댐으로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시신을 암매장한 납치범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대전 대덕구에서 차량을 버린 뒤 황씨 명의로 빌린 렌터카로 갈아탔다. 경찰은 오전 8시쯤 이들이 대전에 두고 간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에선 소량의 혈흔과 흉기가 나왔다. 피의자들은 충북 청주로 이동해 렌터카마저 버린 뒤 오전 9시30분쯤 각자 택시를 이용해 경기도 성남으로 이동했다. 경찰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도보로 이동하거나 여러 차례 택시를 바꿔 타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5시간 만인 31일 오전 10시45분쯤 연씨를 성남 수정구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붙잡았고, 이후 황씨를 오후 1시15분쯤 인근 모텔에서 붙잡았다. 범행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이모(35)씨는 같은 날 오후 5시4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체포됐다.
경찰의 초동 대처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112 신고 접수 3분 뒤인 29일 오후 11시49분 ‘코드제로’(CODE 0·위급사항 최고단계)’와 출동 지령을 발령했다. 납치 현장에는 11시53분 도착했다. 통합관제센터 CCTV 분석에 착수한 경찰은 이튿날 오전 0시52분 범행 차량을 특정하고, 4분 뒤 해당 차량을 수배했다. 사건 발생 1시간여가 지난 시점으로, 납치범들이 이미 용인을 지나친 때였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가 차종을 오인했고, 관제센터 CCTV 화질이 나빠 차량 특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