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시절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성과를 냈던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는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50억 클럽’ 로비 의혹으로 다시 한번 수사 대상이 됐다. 박 전 특검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장기간 다각적 수사로 혐의를 구체화했다”며 50억 클럽 실체를 신속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다.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오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첫 공판이 열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달 30일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초 박 전 특검 딸을 압수수색하는 등 물밑 수사를 진행해왔다. 상당 기간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벌여온 만큼 수사는 속도감 있게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1월에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대 위기를 맞은 박 전 특검은 재벌 수사 전문 ‘강골 검사’로 불릴 만큼 수사력을 인정받았었다. 그는 국정농단 특검팀을 이끌며 2017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뇌물 혐의로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기며 ‘역대 최고’ 성과를 낸 특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맡고 있던 2020년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결국 특검 출범 4년 7개월 만인 2021년 7월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을 포르쉐 렌터카와 수산물 등 336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재판 절차는 오는 18일부터 시작된다.
검찰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박 전 특검이 양 변호사와 공모해 2014년 대장동 일당들로부터 200억원대 대장동 부동산 등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검찰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이익을 수수 또는 약속한 경우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앞서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업체 측에 부산저축은행의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씨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을 당시 조씨를 변호하기도 했다. 김만배씨는 “조씨에게 박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김씨를 대장동 범죄수익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은닉 자금이 법조계 인사 등에 대한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