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취객 휴대폰 슬쩍… 베트남에 판 일당 덜미

입력 2023-04-03 04:06
경찰이 장물총책으로부터 압수한 물품. 지하철경찰대 제공

지하철 취객을 상대로 이른바 ‘부축빼기’ 수법 등으로 훔친 휴대전화를 헐값에 사들여 베트남으로 팔아넘긴 장물업자와 절도범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자 A씨를 상습장물취득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훔친 휴대전화를 대당 20만~110만원에 사들인 뒤 이를 베트남으로 밀반출해 18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에게 휴대전화를 넘긴 부축빼기 전문 절도범과 국내 장물업자 14명(8명 구속)도 검거했다. 일부 절도범은 전동차 내 CCTV가 없는 서울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을 범행 장소로 노리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임대차 계약, 차량 등록 등을 사촌 동생인 공범 B씨 명의로 했고,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번갈아 사용했다. 장물 거래도 주로 새벽 시간대 자동차 안이나 공원에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매입한 장물은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정상적인 중고 휴대전화 거래에 끼워 팔기도 하고, 보따리상이나 베트남 가이드를 통해 대당 2만원을 주고 밀반출하기도 했다.

A씨는 또 사들인 휴대전화 잠금장치 해제를 위해 베트남 현지 조직원과 공모해 ‘피싱’ 수법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주인에게 분실한 휴대전화가 발견됐다는 내용과 함께 지도 위치 링크를 첨부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로그인을 유도하는 식이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로그인을 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뒤 베트남에서 판매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 2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