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대담] “십자가 정신 회복하고 연합 이뤄야 한국교회가 산다”

입력 2023-04-04 03:04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이 2023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로 나서 십자가와 부활 신앙을 선포할 예정이다. 장 총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방배동 백석예술대학교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부활절 대담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품어야 할 바람직한 신앙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대회장 이영훈 목사)가 주최하는 ‘2023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부활주일인 오는 9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다. 3년 여의 코로나 펜데믹을 지나고 맞이하는 엔데믹 시대의 첫번째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장종현 총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와 가진 부활절 대담에서 “부활의 핵심인 십자가 정신은 자기 부인과 내려놓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는 ‘죽어야 사는 종교’인데, 작금의 한국교회는 이기심으로 다툼과 분열을 반복하며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십자가 정신을 회복하고 연합을 이뤄갈 때 비로소 한국교회 전체가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데믹 시대 새출발하는 시점에 맞이하는 첫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설교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예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예배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찬양과 경배가 담긴 신실한 고백이요, 우리의 시간과 몸을 드리는 최상의 헌신이기에 생명과도 같다. 그 기쁨과 감격을 품고 함께 모여 감사로 올려드리는 시간이 바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라고 생각한다. 올 부활절연합예배를 통해 예배가 회복되고, 성도들의 신앙이 회복돼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고 민족의 소망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 부활절 주제는 ‘회복과 부흥’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실지 궁금하다.

“십자가와 부활 신앙은 기독교 핵심이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한국교회는 기복신앙, 현세 신앙에 빠져 가장 중요한 십자가와 부활 신앙을 잃어버렸다. 모든 성도들이 기꺼이 자기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지고 부활의 신앙을 회복할 때 성도들이 살고, 한국교회가 살고, 대한민국이 살아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오래 전부터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핵심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교회 쇠퇴의 원인이 ‘신학의 학문화’라고 생각한다. 성경 말씀을 깊이 이해하는 도구요 수단이 돼야 할 신학이 하나님의 유일하고 완전한 계시인 말씀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보면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외치게 된 것이다. 신학은 인간이 하나님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것을 믿고 순종하는 것이 돼야 한다.

중세시대가 타락한 것은 하나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교황이 있었고, 성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신학자와 목회자가 있고, 성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신학과 교리가 있는 한 한국교회 역시 쇠퇴할 수밖에 없다. 신학과 교리가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구원을 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 받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이 돼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켄터키주의 애즈버리대 부흥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며 부흥의 희망을 줬다. 한국교회 어른으로서 한국교회 재부흥의 길을 제시해 달라.

“미국 애즈버리대학교의 부흥운동은 영적 침체에 빠져 있는 서구교회와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장기화된 코로나로 영적침체에 빠진 전 세계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부흥의 불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적 대각성과 부흥은 복음의 확장을 불러온다.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서 다음세대를 믿음으로 세워 부흥의 불을 지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령의 도우심을 받기 위해서는 회개가 필요하다. 입술의 자백에서 끝나지 않고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분열과 세속화, 그리고 다음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철저한 회개가 선행돼야 하고, 거룩함으로 하나가 돼 다음세대를 위해 힘을 모으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경제 불안, 세속화 물결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진과 재난 등의 여파가 거세다. 낙심하고 시험에 들기 쉬운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이 품고 살아가야 할 삶의 자세는 무엇일까.

“기후위기, 전쟁, 전염병과 같은 재난의 근원을 보면 언제나 인간의 탐심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님을 떠난 죄악의 결과다. 우리가 죄를 짓는 이유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올바른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죄를 대신해 죽으신 십자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바로 믿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 말로는 믿는다고 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회개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지도 않는 것 같다. 믿음은 반드시 열매로 나타나야 한다.”

-평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강조해왔는데.

“국가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고, 국가 없이 교회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은 하나님이 주신 복이다.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신앙 선배들이 차디찬 예배당에서, 그리고 산골짜기마다 구국제단을 쌓으며 기도로 지켜내고 이어온 것이다. 나라 잃은 슬픔을 눈물의 기도로 극복한 우리 신앙 선배들의 열정이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눈물의 기도를 잊어버렸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그러므로 영적 지도자들이 항상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무궁한 번영과 안녕을 위해서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교회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회복의 대안이 있다면.

“기독교는 죽어야 사는 종교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과 부활이 그 증거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자기 생각과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기심으로 다툼과 분열을 반복하고 있다. 사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간판을 건 교단만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보수 연합기관도 3개로 나눠져 있다. 부끄러운 일 아닌가.

분열의 이유가 뭔가. 내 기득권, 명예, 탐심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자고 한 지도 벌써 수년째다. 그런데 통합이 안 된다. 힘의 논리로 연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 교단, 내가 속한 단체만 잘 되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분열 상태로는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 싸우고 분열하는 교회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연합은 십자가를 지는 자기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먼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죽어야 남을 살릴 수 있고, 내가 죽어야 한국교회가 살아날 수 있다.”

-올해는 백석총회 설립 45주년이다. 어떤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지, 또 반세기 역사를 앞둔 백석 교단의 향후 포부를 듣고 싶다.

“4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백석총회가 세워진 것은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은혜요, 축복이다. 올해 진행되는 기념사업은 모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월 10일 ‘백석인의 날’을 시작으로 5월 29일 ‘개혁주의생명신학 국제포럼’, 9월 9일 ‘45주년 기념대회’가 이어진다.

기념사업은 단회적으로 끝나지만 우리 백석총회가 45주년을 맞아 지속적으로 전개할 일은 바로 ‘연합’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백석총회가 한국 장로교회 연합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장로교회가 먼저 하나 되고 목회자가 영적 지도자로서 권위를 회복하는 일에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의 마중물이 되는 동시에 한국교회가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