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옆 ‘모자이크맨’?… 전술핵부대 연합부대장 추정

입력 2023-04-03 04: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핵타격 모의 발사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공개하며 맨 오른쪽 남성 얼굴만 모자이크(원안)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0일 ‘핵타격 모의 발사훈련’ 장면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서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군복 차림의 남성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그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전술핵부대 운용을 지휘하는 연합부대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정원은 ‘모자이크맨’의 신원을 묻는 유 의원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모자이크맨의 인적사항에 관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해당 인물의 계급이 중장으로 식별됐고,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면서 주로 군 지휘관들이 휴대하는 가죽 크로스백을 착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북한이 모자이크 처리로 이 인물의 신변 노출을 막은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 등을 의식한 조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조선중앙통신이 사진을 공개했을 때 이 인물의 정체를 놓고 전술핵운용부대를 지휘하는 연합부대장, 미사일총국의 총국장,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경호하는 경호원, 핵무기 개발 관련 연구소장 등 여러 설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이 중 ‘전술핵운용 연합부대장’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을 포함한 현장 참석자 가운데 이 남성만 유일하게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모자이크 처리까지 해서 얼굴을 철저히 가렸다. 기밀을 다루는 중요 인사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 등이 이날(3월 19일) 참관한 훈련도 이 인물의 직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당시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핵타격 모의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미사일에 핵탄두만 탑재하지 않았을 뿐 남측 전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의 실전 사용 전 과정을 시연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폭발 목표로 설정한 고도 800m는 핵무기의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높이로, 만약 서울 용산 상공 800m에서 핵무기가 폭발한다면 그 충격파로 반경 수㎞ 이내 건물이 무너지고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공중에 흩뿌려지게 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이 ‘중요무기체계 생산 군수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사진에서 공장 관계자들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중요 무기 생산시설 핵심 인력의 신변 노출을 철저히 막은 것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