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가 호재된 트럼프, 지지율·후원금 급증… 美는 분열 가속

입력 2023-04-03 04:05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가자 그의 이름이 쓰인 성조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관계를 입막음하기 위해 부정한 돈을 준 혐의로 뉴욕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뉴욕주 맨해튼 대배심 기소 결정이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단숨에 압도적인 공화당 대선주자로 뛰어올랐다. 이번 기소를 놓고 지지 정당별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등 정치·사회적 분열은 심화했다.

야후뉴스는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와 공동으로 벌인 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경선이 오늘 실시되면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 지지를 얻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1% 지지를 얻어 격차가 31% 포인트나 됐다. 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가 결정된 지난 30일과 31일 진행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와 가상 양자 대결에서 57%대 31%로 26% 포인트나 앞섰다. 지난 2월 조사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에 4% 포인트 뒤졌었다. 검찰의 기소가 지지율을 단숨에 뒤집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두 주자로 만들어준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기소 당일 하루 만에 400만 달러(약 52억원) 정치 후원금을 모금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25% 이상이 첫 후원자”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은 일제히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을 비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에 나섰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은 “다른 사람이라면 (기소)하지 않았을 사건을 들고나온 것은 검찰권 남용의 전형”이라며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반대해 쫓겨났던 인물이다.

반면 “트럼프가 다시 공직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해야 할 때”(자말 보우만 하원의원), “두 번이나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은 우리 민주주의에 위협”(지미 고메즈 하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은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다만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고, 모든 사람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수적 기반을 강화해 내년 대선에서 더 강력한 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민주당의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여론은 완전히 갈렸다. 유거브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9%, 화나거나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책임을 물으려는 순수한 목적이라는 응답과 정치적 편향이라는 응답도 각각 42%, 43%로 엇갈렸다.

한편 NBC 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관련해 약 30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CBS는 1급 문서 위조 등 중범죄 혐의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공소장은 오는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소 인부 절차를 진행할 때까지 봉인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3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 머문 뒤 이튿날 법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대통령은 수갑을 차지 않을 것이며 검사들이 이 장면을 서커스 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나 다른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맨해튼 검찰청에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으며 ‘미란다 원칙’도 고지받게 된다.

뉴욕경찰(NYPD)은 이날 “뉴욕에 위협은 없다”며 “필요하면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NYPD는 소속 직원 전체에 제복 착용을 명령하는 등 보안 강화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두할 때 경찰이 맨해튼의 주요 거리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