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 국산 신약 상용화 절실”

입력 2023-04-03 04:06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일보와 대한노인회가 공동주최한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국내 실용화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산 줄기세포 신약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한결 기자

노년층 유병률이 높은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를 촉구하는 전문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현재 자신의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연골·뼈 등으로 분화 가능한 성체 줄기세포의 일종)로 만든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1년 8개월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심한 무릎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권을 넓히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국제 경쟁력 확보 및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선 국산 줄기세포 신약에 대한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한노인회와 국민일보가 공동주최한 ‘중증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국내 실용화 전문가 토론회’에는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훈식(더불어민주당)·김미애(국민의힘) 의원, 국민일보 변재운 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대한노인회 소속 회원 200여명이 참석해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고령층의 관심을 반영했다.

중증 환자에 유효성·안전성 입증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강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가 지방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조인트스템)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지방 조직에서 중간엽줄기세포만을 추출하고 몇 차례 배양을 통해 1억개의 세포로 증식한 뒤 생리식염수와 안정화를 위한 혈청(혈액)을 섞은 3㎖ 용액으로 만들어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스타줄기세포기술연구원이 2005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동물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1·2상(2b상 포함)을 거쳐 2021년 최종 3상을 완료하는 등 16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했다. 임상2b상과 3상연구 책임자인 김 교수는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는 3개월 이상 지속된 무릎 통증으로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서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3기 이상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상대로 관절강내 단 1회 주사로 최소 6개월 이상 통증 감소 및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5년 이상 추적중인 환자를 포함해 통증 감소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지속 유지되고 있으며 연골재생 지표로 설정한 ‘연골결손 면적 감소’도 일부 확인됐다.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 더 이상 개선이 어려운 3기 이상 환자의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호전시켜 인공관절수술의 예방 또는 지연 효과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치료제 개발사는 이 같은 임상시험 결과와 품질 자료 등을 식약처에 제출했으며 2021년 8월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단 1회 주사 방식의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가 승인될 경우 세계 첫 사례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9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논의에서 폼목 허가를 신청한 적응증 기준(관절기능 개선 및 통증 감소) 외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승인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 식약처는 오는 24일까지 품목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개발사에 밝힌 상태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유명철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3단계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신약에 대해 1년 7개월여의 심사 기간은 이례적으로 길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클라스의 최정현 변호사도 “약사법 규정에 근거하면 임상시험 결과 등을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되고 제품의 품질이 인정되는 경우 식약처장은 원칙적으로 품목 허가를 내주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새 치료제 허가 지연 안타까워”

새로운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가 지연되는 데 대해 신속한 사용을 기다려온 환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해외에서 무릎에 두 차례 해당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이윤경 전 뉴욕주립대 겸임교수는 “지금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요가를 하고 주2회 ‘4050 아줌마’들과 줌바댄스를 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무릎 관절염으로 많이 고생하는데, 대부분 진통제로 버티거나 심한 경우 인공관절수술을 받는다”며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는 그림의 떡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주사 맞으러 외국에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현재 한국에선 의료기관내 줄기세포 시술은 중증·난치질환자를 위한 임상연구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의약품의 경우 10~15년 개발 기간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사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환자들이 토종 기술로 개발한 줄기세포 시술을 받으러 일본 등으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현상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대한노인회 김상규 사무총장은 “노인들의 대표적 고통인 무릎 관절염에는 소염진통제·뼈주사(히알루론산제제)·스테로이드 등 증상 완화 약물이나 물리 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 수술 외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새 줄기세포 치료제가 조속히 허가돼 환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 혁신적 바이오의약품의 지속 개발과 신속한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축사를 통해 “해외의 제약·바이오기업을 만나면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규제에 발목잡혀 뒤처진다고 말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도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아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2027년까지 K바이오 육성에 25조원을 투자한다는데, 투자도 좋지만 규제를 푸는 것이야 말로 정부 예산 안 들이고 기업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장준식 전 서울식품의약품안전청장도 “지난달 24일 정부가 3차제약·바이오산업 육성 5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성공적으로 그 결실을 이끌어내려면 식약처 역할이 중요하다”며 “허가 심사 업무가 시의적절하고 혁신적으로 운영돼야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김재환 김동규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