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상이거나 자궁 아래 있을 땐
제왕절개 등 위험… 태아 기형과 무관
산욕기 6주 지난 뒤 제거수술 권장
제왕절개 등 위험… 태아 기형과 무관
산욕기 6주 지난 뒤 제거수술 권장
A씨(37)는 최근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 확인 후 병원 초음파검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했다. 늦은 나이에 임신 5주차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자궁에 3㎝의 혹(근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당혹스러웠다. 혹시 태아와 출산에 문제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세포의 변형으로 생기는 흔한 양성 종양이다. 가임기 여성의 20~30%, 35세 이상은 40~50%까지 발견된다. 한 국내 연구에 의하면 자궁근종이 최근 10년간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1년 발병률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는 그룹은 26~3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의 근종이 느는 이유는 이른 초경과 출산 연령 증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노출과 관련 있으며 호르몬제 처방, 건강검진 증가 영향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신 중 발견한 자궁 혹, 어쩌나
최근에는 산부인과 검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계획 임신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면서 임신 전 검사를 통해 근종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발견된 근종을 미리 치료하거나 수술 후 임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화여대목동병원 산부인과 박선화 교수는 3일 “근종의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검진이 선행되지 않고 임신해 산부인과에 처음 오는 이들은 생애 처음 부인과 초음파를 보게 되면서 뒤늦게 근종을 발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씨가 염려하는 것처럼 뱃속 아기와 출산에는 별문제 없을까. 대부분 근종은 태아 건강과 분만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근종의 위치, 크기에 따라 영향이 다양하므로 임신 중 근종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근종 크기와 관련해 임신 합병증 발생이 증가하는 기준은 3~5㎝로 보고된다. 김민형 산부인과 전문의(미즈메디병원)는 “근종 크기 5㎝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5㎝를 넘을 경우 근종에 의한 통증, 조기 진통, 제왕절개 분만과 연관이 있다”면서 “특히 5㎝ 이상의 근종이 자궁 아래쪽에 위치할 경우 진통 시 태아 머리의 산도 진입을 방해해 제왕절개로 출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5㎝이상 근종을 가진 임신부의 경우 초음파검사나 분만 시 고위험으로 간주해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김 전문의는 “만삭 시 태아 머리가 10㎝ 정도 되기 때문에 만삭 때까지 10㎝ 이상의 근종이 태아의 머리보다 자궁 아래쪽에 있을 경우 제왕절개 분만이 필요하다. 10㎝보다는 작더라도 근종 위치가 태아 머리보다 아래에 있으면 진통 시 태아 머리의 하강 여부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근종의 위치는 임신으로 자궁이 커가면서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으므로 임신 초기(14주 이전) 또는 중기(14~28주) 초음파를 통해 근종의 위치를 평가해 분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선행 연구에 따르면 자궁근종의 20~30%만이 임신기간 중 커지며 그것도 25% 이상의 부피 증가는 없는 것으로 보고된다. 즉 임신 중 근종 크기 변화로 인한 예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근종이 태반 착상 부위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태반 조기 박리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근종이 클수록 위험도는 증가한다. 30분 이상 자궁 수축이 풀리지 않으면서 통증이 지속하거나 출혈, 태동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태반 조기 박리는 예방 또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생기면 신속히 응급실로 가야 한다.
태아 기형과는 상관 없어
이 밖에 자궁근종에 의한 합병증으로 태아의 비정상 자세, 양막 조기 파수, 낮은 신생아건강상태 점수(APGAR), 저체중아 분만 등이 있을 수 있다. 단 태아 기형과는 관련 없다.
박 교수는 “최근 보고된 후향적 코호트(동일집단)연구에 의하면 근종 진단을 받은 3만8000여 명과 근종 절제 수술력 있는 1만여 명을 근종 진단을 받지 않은 74만여 명과 비교분석했을 때 근종 및 근종 수술력이 있는 여성의 제왕절개 위험은 7.5배, 태반이 자궁 아래쪽에 붙어있는 전치 태반 1.5배, 자궁파열 12.8배, 조산 1.6배, 저체중아 위험 1.5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출산은 태아의 하강을 막는 위치만 아니라면 질을 통한 정상 분만이 가능하고 출산 후 출혈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임신 중 근종으로 인한 통증은 5~10%에서 발생하고 임신 14~24주에 흔하다. 이 시기 자궁이 빨리 자라고 더불어 근종도 커지면서 근종 내부 조직이 변형돼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대부분 먹는 진통제로 완화되지만 심한 경우 입원해 통증 조절이 필요하며 1~2주 사이 좋아지고 재발은 드물다.
임신 중이나 제왕절개 수술할 때 근종을 제거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임신부들이 있다. 임신 중 자궁은 근종 주변엔 혈관이 발달돼 있고 대부분 근종이 자궁 근육층에 묻혀있어 제거 시 출혈이 많아 근종 절제 수술은 가급적 피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주 드물게 근종에 의한 통증이 72시간 지속하거나 출혈을 동반하거나 악성(육종) 위험이 있는 경우, 또는 압박으로 인해 태아의 안녕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출산 이후엔 근종의 크기 및 위치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산욕기 6주가 지난 후 제거 수술이 권장된다.
요즘엔 자궁에 근종을 여러 개 갖고 있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영향을 미치는 근종의 개수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나 다발성인 경우 예후는 더 나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산부인과저널(2014년)에 따르면 다발성 근종일 때의 조산 비율(18%)이 한 개일 때(6%) 보다 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걱정을 덜기 위해 임신 전 검사를 통해 자궁근종을 미리 찾아낼 필요가 있을까. 박 교수는 “계획 임신에 대한 권고는 하지만 임신의 예후를 위해 근종 절제술을 권장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자궁 내막에 위치하는 ‘점막하 근종’은 난임과 관련성이 있어 임신 전 제거가 임신 유지를 위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